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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영국 14일째 - 바이버리, 보톤언더워터,노스위치

노고지리는 우짖지 않았지만 동창이 밝아 아침이 왔음을 알렸다.

잠시 어디선가 산비둘기가 구구~~ 하고 울었다.

 

어제 동네 골프장에서 잔디를 깎는 모습을 보곤 면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잔디 깎듯 면도를 했다. 얼굴 아래쪽 잔디를 말끔하게 깎았다.

 

오늘은 근처에 있는 다른 작은 마을들을 둘러 보기로 했다.

버스 시각을 보니 930분 동네 중심부를 한번 둘러보고가도 늦지 않을 것 같아서

산책 겸 둘러보다가 털실 가게에 가서 세일도 하니 양모 두 뭉치를 산단다.

한 뭉치에 3.55파운드. 바늘3.99파운드.

 

먼저 바이버리에 들렀다.

화장실 사용이 가능한가해서 바이버리의 유일한 호텔인 스완 호텔에 들어갔다.

호텔 직원은 흔쾌히 사용해도 된다고 상냥하게 말해서 나도 바이버리가 좋아졌다.

런던의 은퇴자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한다.

워낙 바이버리 이야기를 많이 듣고 보아서, 도착하니 마치 내가 와 본 장소에 다시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책이나 인터넷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바이버리 사진을 올린 게 하나같이 똑 같았다.

그래서 거기 볼게 별로 없나봐 다같이 똑같은 사진뿐이네. 심지어 집사람이 찍은 사진도 똑같았다.

내가 별 볼일 없을 것 같다고 하자. 그래도 가 봐 좋아할 걸.

 

그런데 고즈넉한줄 알았던 그 장소는 사진에서와 달리 많은 아이들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중국 아이들이 단체로 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풍경은 좋았지만 약간 짜증이 났다.

그곳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이 나와서는 뭐라고 큰소리로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중국인 인솔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들어보니 좀 조용히 하라는 소리같았다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이렇게 떠들면 되느냐는 것이었다.

마치 우리나라 북촌 한옥 마을에 조용히 해달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것처럼

여기도 그런 안내판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만일 중국 아이들이 아니고 한국 아이들이었어도 내가 짜증이 났을까?

아마 다정하게 타이르고 이것저것 물었을 것이다.

 

우린 마을 외곽을 둘러보고 점심도 먹고나서 아이들이 갈 때쯤 다시 오자고 그곳을 떠났다.

교회 옆으로는 어디나 그러하듯 묘지가 있었고, 그리 음산하거나 꺼리는 장소로 여겨지지 않았다.

마을을 한바퀴 돌고 냇가에 앉아서 점심을 먹으며 쉬다가

다시 중국 아이들이 그림 그리던 장소로 갔더니 아이들이 가고 한산했다.

 

바이버리를 떠나 노스위치에 갔다 역시 작은 마을이었다.

돌아오려면 다시 노스위치로 와야하기 때문에 보톤언더워터를 먼저 가기로 했다.

만에 하나 교통 편이 끊기는 걸 대비하려면 먼 곳을 먼저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는 모처럼 시간을 내서 옥스퍼드에서 왔다는

한국인 여학생 두 명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오지 않아 한참 기다리다 하는 수없이 점심까지 먹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알고 보았더니 버스가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두 사람도 영국 사람이 통화하는 소리를 듣고 알게 되었단다.

 

잠시 후 버스가 오자 만세를 부르면서 환호하는데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오늘 안으로 옥스퍼드에 돌아가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단다.

두 여학생은 다른 곳은 포기하고 보턴온더워터만 보고 옥스퍼드로 돌아가야겠다고 아쉬워했다.

 

날씨가 쾌청해서 가을 운동회를 하면 딱 알맞은 날씨였다.

보톤언더워터는 주변의 다른 마을보다 크기가 훨씬 크고 사람들도 많았다.

주로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았는데 물가에 나와 앉아 쉬고 장도 보고 그러면서 쉬고 있었다.

나와 헤어져 벼룩시장에 가더니 액자와 책 한 권을 사들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나온다.

 

오는 길에 노스위치를 둘러보고 돌아오니 주인아저씨가 좋았느냐고 물어서 아주 좋다고 대답했다.

실제로도 좋았지만 또 다시 행복하냐고 물을까봐 더욱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바이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