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 창밖을 보니
하늘의 구름과 나무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왜 아직 안 일어났느냐는 듯이 우리와 안면을 튼,
주인 집 회색 고양이가 창문 밖 담장 위를 쓰윽 걸으며 기웃거린다.
아침을 먹고 881번 버스를 타고 테티베리라는 마을을 갔다.
안내소에서 안 가보셨다면 가 보기를 권한 마을이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의 분위기는 싸이렌쎄스터와 비슷했다.
화분을 매달아 정성스럽게 가꾼 꽃들 뿐 아니라 흙이 있는 어느 곳이든
누가 손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피는 들꽃들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보다 더 북위에 위치해 있으니 여름엔 당연히 덜 덥고
겨울엔 편서풍 때문에 덜 춥기 때문에 식물들의 종류도 많고 잘 자라는 듯 하다.
반면에 여름은 무척 덥고 겨울은 무척 추운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 요즘 우리나라 기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식물들도 적응하기가 쉽지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의 수는 점점 줄고 강하고 적응력 뛰어난 식물 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어쩌면 식물 뿐만아니라 동물....나아가 사람도 그렇게 변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리하여 극악하고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그런 나라가 되지 않았으면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적응력이 뛰어난 이유도 이런 자연환경도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의 부지런함만으론 안 되는, 극복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그런 기후로 인해 냉난방비로 사용되는 전력은 해마다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테티베리 뿐 아니라 이곳 시골 마을의 건물 색깔을 보면
회색에 미색이 섞인 돌들이 이 지방 특유의 토양 색깔인 듯 하다.
오래 전 대통령 영부인인 육영수여사가 특히 좋아했다는 색깔...
그래서 한 때 초등학교 건물의 색을 모두 미색으로 칠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돌았었는데
미색의 건물들을 보며 그런 오래 전 이야기가 생각났다.
테티베리 안내센터에서 설명을 듣고나서 우린 가까운 곳에 위치한
Bath 라는 마을 가는 방법을 물었다. 그랬더니, Bus로 알아듣고는 버스 정류장을 일러주는 것이었다.
우린 Bus가 아니라 Bath라고 알파벳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곤 서로 킬킬대며 웃었다.
그러더니 Bath는 뭐하러 가느냐 여기 테티베리가 훨씬 좋고 볼 것도 많다고 하였다.
그리고 여기서 직접 Bath로 가는 교통 편도 없다고 하였다.
우리가 본 지도상으론 가까운 것 같아서 가려고 했더니 그리 쉽게 갈 수 있는게 아닌가보다.
우린 Bath를 포기하고 테티베리를 더 둘러보다가 한 가게에서 두꺼비 인형을 샀다.
매끈하게 잘 생긴 개구리를 살까? 등에 울퉁불퉁 진짜 두꺼비처럼 생긴 것을 살까? 하다가
못 생겼지만 두꺼비가 복을 부른다고 진짜 두꺼비 같이 생긴 것을 샀다.
싸이렌세스터로 돌아와 동네를 돌아다녔다.
한 세컨샵은 밖에서 볼 때는 작은 2층 건물인데 아주 길이가 길어서
마치 벼룩시장을 통째로 가져다 놓은 듯 물건의 양이 많았다.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시골에 이런 가게가 다 있다니.....하면서 마치 횡재를 한 듯 좋아했다.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니 고양이 녀석이 늘어지게 하품하면서 누웠다 엎드렸다하면서
우리가 지나가는데도 모르는 척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녀석이다.
영국 남부 시골마을 테티베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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