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에서

태풍...그리고 결항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고 일박을 하고 오려던 그 섬.

일기예보도 꼼꼼하게 살피고, 기상악화로 섬에 발이 묶일 것을 대비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다.

저녁무렵 펜션 주인으로 부터 내일 아침 첫 배는 뜨는데 그이후는 배가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6시 알람 소리를 듣고 아침도 먹지않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우리보다 더 일찍 나온 차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그런데

오~~이런~~!!

매표소에 표를 사려고 갔더니 오늘 태풍 영향으로 배가 뜨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날이라면 하루 이틀 섬에 묶인들 그리 큰 걱정이 아니었겠지만

해외여행 예정이라 집에 가서 짐도 싸야하고 이런 저런 여행 떠나기 전에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그런 해결해야 할 일을 못하는 것은 물론, 여행은 취소되고 위약금까지 물어야 한다.

 

섬에 발이 묶이게 된 몇몇 승객들이 항의하듯  말한다.

"그럼 우리 어디서 묵어야 해요?"

 

그러자 어이없다는 듯

"아니 그걸 왜 저희에게 물으세요?"

 

 이 태풍 예보 속에 섬에 올 때는 그런 것 각오하고 오셔야하지 않느냐면서

우리 섬사람들은 이런 일은 너무 흔히 일어나는 일상이라 항상 염두해 둔다고 한다.

 

우리는 묵었던 펜션으로 다시 돌아와 늦은 아침을 먹었다.

최악의 경우는 하루 더 묵을 요량으로 있으면서 일기예보를 보니

이 태풍이란 녀석이 느려터져서 언제나 풀릴지 알 수가 없단다.

갑자기 갇혔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막막해지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잠시후 배가 갈 수 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야호~~!!

다시 차를 타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줄은 아까보다 더 길게 1km이상 늘어서 있었다.

기다리면서도 언제 다시 풍랑이 일어 운행을 못하게 될까 조바심이 났다.

 

더구나 나는 섬에 가면서도, 내가 나라는 사람임을 증명할, 아무런 신분증도 가지고 가지 않은 것이다.

부랴부랴 집에 있는 아이에게 주민등록증 사진 찍어 휴대폰으로 보내라고 해서 해결하였지만,

나의 어리버리한 진면목(?)을 다시 확인한 날이기도 하다.

 

우여곡절끝에 육지에 발을 딛자 평온함이 찾아왔다.

 

나는

무언가를 떠나야만, 헤어져보아야만, 잃어보아야만

그 곳의, 그 사람의, 그 물건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뒤늦게서야........

 

 

태풍이 몰고 온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고 바람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불었다.

이런 맙소사~~!!  결항이라니~~그리고 신분증도 없었다. 나는....

언제나 탈 수 있으려나..... 오지않는 배를~~기다리는 길고 긴 차량 행렬

풍랑이 조금 잦아들자 배가 온다. 와아~~!!! 배가 온다.

멀리 ... 마지막 배를 기다리는 차량 행렬들..... 조금 전의 불안감은 사라지고 배를 탄 자의 여유가 생겼다. 이 간사함....

'일상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을잔치  (0) 2014.10.15
잃은 것을 잊는다는 것.  (0) 2014.10.10
귀가  (0) 2014.07.30
블로그vs블로그  (0) 2014.07.27
말발도리를 아세요?  (0) 201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