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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다음? 다음 언제? 10년 뒤에?

 

 

등산을 갔다. 세 친구가...

한 친구는 무릎이 좋지 않다고 중간에 쉬겠다면서 둘이 올라갔다 오라고 한다.

둘이서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는 막걸리를 두통 배낭에 넣고 올라간다.

 

학창시절 만난 우리 셋은 30년 넘게 알고 지냈지만 같은 듯 다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는 서로 같다.

그 정서때문에 다른 듯하지만 함께 어울리면 즐겁다.

 

-.막걸리는 내려가서 먹자, 응?

 여기서 먹다간 저 줄잡고 내려가다가 실수할지 몰라.

 

 

 

올라올 때 이렇게 험한 산인지 몰랐다면서 다행히도 막걸리 먹기를 포기한다.

무겁게 메고 올라간 막걸리를 다시 들고 내려온다. 그럴줄 알았으면 밑에 쉬는 친구에게 맡길걸...쯧.

올라갈 땐 헥헥~~ 거리던 친구가 내려와서 점심과 함께 막걸리 한잔을 걸치더니 신이난다.

 

- 2차 가자~~ 어디 녹두전하는 집 있는지 찾아보자.

- 왜 하필 녹두전이야? 그거 우리 할머니가 좋아하셔서 노인들이나 즐기는줄 알았는데....

- 으음~~얼마 전부터 먹고 싶었는데 녹두전 파는 집을 못 찾겠더라고....

 

그러다가 골목길을 돌아서자 녹두전을 하는 집이 나타났다.

와우~~!!! 좋아하던 안주에 막걸리가 더 들어가자 이 친구는 더욱 신이난다.

 

- 너희는 내가 우습게 보이지?

체력관리 안 해서 살도 찌고, 술 먹고 담배 피는 나를...

하지만 내 눈에는 너희들이 결벽증 환자들처럼 보여.

그리고 왜 그렇게 사는지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너희 둘이 비정상이야~~

아무거나 먹고, 술,담배도 하고 해롱해롱 술주정도 하고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고 좀 그러자~~오늘 응?

이 미이라들아~~내가 보이에 너희 둘은 미이라야~~ㅋㅋㅋ

 

산에서는 힘들어하던 친구가 완전 내려와서는 전세역전이다.

술을 별로 안하는 우리 둘은 이제 그만 술자리를 파하고

빨리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쉬고 싶은데,

이 친구는 다시 자리를 옮겨서 술을 한잔 더 하자고 한다.

 

- 다음에 하자~~

- 다음? 다음 언제? 10년 뒤에?

 

내일이 월요일이고 출근해야하니 이제 그만 하자고

겨우 달래서 다음에 한잔 더 하기로 하고 돌아서는 우리 둘.

저 친구 아마도 집에 가기 전에 혼자서라도 한잔 더 하지 않을까 싶네.

그리고 다음에 만나도 또 오늘과 비슷한 대화가 되풀이 될 것이다.

 

- 술 한 잔 더하자~~

- 다음에 하자.

- 다음? 다음 언제? 10년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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