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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바람의 언덕

 

 바람이 부른다. 유혹이 아닌 초대의 손길로....

 이곳은 바닷가 바람의 놀이터. 더구나 언덕이니 오죽 놀기 좋으랴.

 그곳은 바람이 험한 만큼이나 길이 쉽지 않다. 용감한 막내 딸아이....... 운전해본다고 운전석에 앉아 열쇠를 달란다.

 아니? 이길을 초보운전자에게 맡겨서 무섭지 않았아요? 뒤차로 따라온 일행이 묻는다. 그럼에도 돌아가는 밤길에도 아이가 운전을 했다.

 드라마 촬영 장소라고 하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라서 여기 저기 붙여놓은 배우들 사진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비라도 내릴 것 같은 잔뜩 찌푸린 하늘임에도 마음은 바람을 따라 두둥실 떠 올라 있다. 바다에서의 배는 자유의 상징이다. 바닷 바람은 말해 무엇 하리....

 바람의 언덕에 올라서니 그 자유의 바람은 무척이나 이야기가 하고 싶었나 보다. 끊임없이 소리를 낸다. 귓가에 대고.....

 여기서 누구는 새로운 사람과 약속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기도 하고 멀리서 온 바람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도 할 터이다.

 가까운 사람이라면 여기 한번쯤 앉아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할 것이다.

 더 이상의 인공적인 구조물이 없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그랬으면......

 이곳에서 만들어내는 그들만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값진 추억이 될터이니 말이다.

 멀리서 가까이서 서로서로 쳐다보고 소리쳐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곳이다.

 두 아이는 아주 멀리서 오는 오래된 바람의 이야기를 듣고 또......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었으리라..... 

 바람이 몸의 열을 빼앗아가도 밉지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상큼했다. 그들은 여기 주인임에도 주인 행세를 하지 않았다.

 여기를 찾은 우리가 주인인 것처럼 아이들은 온갖 포즈로 주인 행세를 한다. 그러면 바람이 모든걸 내 주고 환영을 한다.

 떠나는 아쉬움에 딸아이는 내내 뒤돌아 카메라를 들이댄다.

나중에 다시 이곳을 찾게 되면........ 오늘의 이야기를 바람에게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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