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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우리들의 떨켜 -핥듯이 내려다보던 시선을 그대로 옮겨서 그들은 똑같은 눈초리로 우리 가족을 살폈다. -아버지가 피워올리던 숱한 담배연기들을 모았더라면 지금쯤 이 산동네를 안개처럼 싸 안아 감출수도 있으리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내들은 대낮에도 러닝셔츠 바람으로 골목을 어슬렁거렸고.. 더보기
그 집 앞 나의 큰 누이가 중학생 때 학교에서 내 준 과제라며 테가 나무로 되어 있는 헝겊 수예 틀에다가 수예를 놓는 걸 본 적이 있다. 새 라든가,나무. 꽃 등을 색실로 한 올 한 올 일일이 손으로 수를 놓았다. 공책 크기의 수예작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기간은 몇 달은 걸렸던 것 같다. 이혜경 작.. 더보기
길 위의 집 -.목이 파인 티셔츠를 입은 올케의 마른 빗장뼈가 슬몃 드러났다. 너무 말랐구나. -.물기가 습습하게 밴 목소리였다. -.찰기 없는 밥알처럼 푸슬푸슬한 웃음 -.가족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라틴어 파밀리아이며, 파밀리아는 한 사람에게 속한 노예 전체를 뜻한다는 걸. 길중씨야말로 이 어원에 충실한 가장이었고, 윤기는 유일하게 반기를 든 노예였다. -.바깥의 시간은 계절을 바꾸며 흐르고, 두 사람 사이의 시간은 고여 있었다. -.너겁 같은 시간들 -.기억 속에 묻혀있던 짜장면이 불쑥 고개를 디민 것은 그때였다. -.하늘에 구름 몇점이 햇솜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떠 있다. -.사람의 생각은 자기가 몸담은 곳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마음도 신문지처럼 접혀 버렸다. -.일상의 자잘한 기억들이 쌓여 이루는 익숙함,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