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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평범하다는 건 이루기 힘든 가치 - 엄마의 끈질긴 노력과 매일같이 행해지던 습관적이고 의무적인 훈련 덕에 나는 차츰 학교에서 별문제 없이 지내는 법을 대강 익혔다. 초등학교 4학년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적당히 무리 안에 섞여 있는 것도 가능했으니, 튀지 말라는 엄마의 소망이 이루어진 셈이다. 대부분은 그저 잠자코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화내야 할 때 침묵하면 참을성이 많은 거고, 웃어야 할때 침묵하면 진중한 거고, 울어야 할 때 침묵하면 강한 거다. 침묵은 과연 금이었다. 대신 '고마워'와 '미안해'는 습관처럼 입에 달고 있어야 했다. 그 두가지 말은 곤란한 상황들을 넘겨주는 마법의 단어였다. - 는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나같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소설이다. 긴 겨울의 끝에 봄이 온다. 봄이면 식물이 자라듯 감정도.. 더보기
아몬드 살인 현장을 본 아이. 그것도 가족이 눈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는 걸 본 아이. 그런데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는 아이, 그리하여 괴물이라 불리게 된 아이는 또 다른 괴물을 만난다. 부모 입장에서 갓난 아이 때 우리 아이가 조금 다른 아이와 다르면 조금 늦는다고 생각하는게 보통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도 다른 아이보다 늦다. 아이의 엄마도 여느 엄마처럼 그리 생각했고 혼자서 버티고 비티다가 칠 년이 세월이 흘러 도저히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다른 사람에게 특별하게 해를 끼치지 않지만 아이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의학적으로는 감정표현불능증. 사람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싸이코패스가 떠오르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더 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