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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에 마사시

여백 같은 시간 - 1980년대 무라이 설계사무소는 서서히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해 완만하게 속도를 떨어뜨리다 이윽고 조용히 멈추는 과정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 가공이 다 된 재료를 조립하기만 하면 되는, 끌도 대패도 톱도 거의 필요하지 않는 집, 즉 숙련공의 솜씨가 전제되지 않는 공산품으로서의 집이 잇달아 시공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었다. - 여름별장에서 지내는 동안, 여닫이가 나쁜 문짝같던 내 행동거지가 조금씩 덜컹거림이 줄어들면서 레일 위를 매끄럽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같이 느껴졌다. - 세상 물정과는 거리가 먼, 격리된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채 예술지상주의라고도 할 수 있는 라이트 아래 오로지 건축만 다루다 보니, 전쟁터에 가서 얼굴도 모르는 적과 싸운다는 것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 잘된 집은 말이야. .. 더보기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책이 사람을 선택하지 않고 사람이 책을 선택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때론 책이 무언의 손짓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제목과 장정, 그리고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간 듯한 모습에 눈길이 간 책이다. 64회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인데 저자 마쓰이에 마사시의 데뷔작임에도 완성도 높아보여 데뷔작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무라이 건축 설계 사무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라이 건축 설계 사무소 직원들은 여름이 되면 별장 가루이자와로 옮겨가서 일을 하는데 그 여름 한철 별장에서 일을 하는 기간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화자인 나(사카니시)는 존경하는 건축가 무라이 선생 건축 사무소에 들어간다. 몇 해째 새로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 무라이 건축설계 사무소에 주인공 사카니시가 뜻밖에도 채용이 되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