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그런 날 / 손수현 / 알에치 코리아>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사랑을 학인할 때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랑을 확신할 때도 있다.
그토록 내가 찾아 헤맨 사랑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솔직할 때 비로소 찾아왔다. 비록 서로에게 실망하는 일이 생길지라도, 행여 서로가 몰랐던 낯ㅅ너 부분을 발견할지라도 이 사랑을 함께 이어갈 수 있으리란 믿음이 생겼다. 서로의 민낯을 마주하는 것이 사랑이 변했다는 증거가 아닌, 더 깊어졌다는 증거라고 믿기에...
-나는 여전히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보이려 노력하지만, 이따금씩 그게 힘들게 느껴진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게 욕심이란 것도 잘 안다.
그래도 한 번쯤은 진짜 괜찮아?라고 되물어주길 바라게 된다. 내겐 어려운 일이다.
괜찮지 않을 때. 괜찮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뭔가 이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겁나는 순간도 겪었을 것이다.
남들에겐 과정보다 결과가 더 눈에 들어와서 그런 거지.
-못 해본게 한이 되지 실행한게 한이 되지는 않는 거 같다.
-고마운 말이었다. 하지만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는 마음 속 깊이 흡수되지 못한 채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저 최선을 다할뿐, 결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흘려보내주기로 하자.
결과는 우리의 작은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거란다. 상상도 못했던 엉뚱한 변수에 의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인생은 원래 그래.
우리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잘 주지 않지만우리는 그러한 운명에 대응하며 살아가야 해.
-바쁘다는 핑계로 언제한번 보자는 빈 껍데기같은 말만 주고받은 지인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엥? 진짜? 그게 부러워? 난 그 면이 제일 싫은데
그때 알았다. 다른 사람에게 장점으로만 보였던 모습을 본인은 못 견디게 싫어한다는 걸, 우유부단해서 싫다는 어느 친구의 단점이 누군가에겐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장점으로, 말수가 적어 고민이라는 또 다른 친구의 단점이 누군가에겐 신뢰가 가도록 느껴졌다.
-그녀나 나나 빈틈없이 꽉 찬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정작 그 일들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어떤 걸 채워야 할지, 어떤 걸 비워야 할지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몇몇 선배들은 그런 내게 아웃풋보다는 인풋이 많아야 할 시기라고,
그게 꼭 일과 관련되지 않아도 좋으니 무어든 넣어두라고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하곤 했다.
-만약 내가 “종로에 있는 설렁탕 집에 갈래요?”라는 말을 건넨 적이 있다면
그건 아마 당신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단 뜻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