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임부라 기온은 10~13 분포이고 서울은 6~14 분포를 보이고 있었다.
서울은 제법 추워졌다고 한다.
여기도 오늘 아침 맑았지만 여행 후 가장 낮은 11도를 가리키고 있다.
실로 오랫만에 밝고 맑은 하늘이다.
도시 전체가 상큼해진 느낌이 든다.
서유럽은 자연적으로 복 받은 지역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대서양이나 지중해를 끼고 있는 지역은 나처럼 추위를 타는 사람들에겐 촤적의 환경임에 틀림없다.
오늘은 아베이루를 가기로했다. (코임부라에서 아베이루 가는 왕복 기차요금은 10.70유로)
천천히 달리는 기차는 여행하는 우릴 편하게 해주었고 창 밖으로는 나무 사이로
옹기종기 모여앉은 붉은 지붕과 하얀 벽의 집을 보여주거나 무지개를 보여주기도 했다.
심심치않게 서는 역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기차 여행의 묘미다.
이따금 헤어지는 사람들의 아쉬운 작별 인사 모습에 괜히 보는 사람도 짠해지기도 한다.
아베이루역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오는데 내 앞을 나가던 젊은 남자가 50유로 지폐를 떨어트렸다.
바쁜 길을 가느라 내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듣고 가서 쫓아가서야 전해줄 수 있었다.
"아부리가도~!!!" 하얀 얼굴 가득 안도의 빛을 띤 모습으로 인사를 한다.
길바닥에 타일이 무늬의 모습이 다른 지역과 또 달랐다.
운하 주변의 햇살이 좋은 곳으로 걷자 새로운 도시의 새로움에 기분이 좋았다.
소금을 실어나르던 운하로는 관광객을 실은 곤돌라가 연신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후 그 좋던 날씨가 돌변하더니 언제 그랬냐싶게 비를 뿌렸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었다.
아침을 조금 부실하게 먹은지라 춥고 배고프고 뭐하러 여길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겸사겸사 우린 근처 카페에 들러 에그타르트를 포함해 이상한 빵과 에스프레소를 시켰다.
이상한 빵은 날씨 만큼이나 맛이 별로였다.
그리곤 조금 힘을 얻은 듯하고 날도 좋아져서 다시 나왔다.
하지만 얼마 안가서 날씨는 또다시 험해졌다.
아침에 선행을 베풀어 50유로를 주워 주인에게 돌려주었는데도 그 선행에 보답은 커녕 시련을 내리는 것이었다.
내 선행에 대한 보답을 요구한 적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린 이참에 이른 점심까지 먹기로 하고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일단 들어와 앉으니 방금 내가 있던 밖의 상황이 영화 속 풍경처럼 보여졌다.
들어와 앉으니 편안해졌다. 창 밖으로 방금 전 우리처럼 악천후 속에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이 식당에 들어갈까 망설이는 부부가 보였다.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었다.
식사를 하고 나왔으나 여전히 비가 뿌리다 개었다 밝았다 흐렸다를 반복하며 우릴 괴롭혔다.
우린 그에 따라 우산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였다. 오늘이 가기 전 우산 살은 제구실을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안내소에 들러 지도와 안내를 받고 골목을 돌았다.
소금을 놓고 파는 가게가 많이 보였다. 성당에도 들어가 잠시 앉았다.
비가 오는 처마 밑에선 할머니가 앰프에 걸터 앉아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비와 함께 어울리는 음악이었지만 비바람은 편한 감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제까지의 비는 따스한 봄비 같았는데 오늘 비는 전형적인 가을비처럼 을씨년스러웠다.
우린 돌아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했다.
멀고 먼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서 대륙의 서쪽 끝으로 온 여행자에게 하늘은 오늘 맘껏 심술을 부린 날이다.
몇 년전 독일 여행때 드레스덴 에서 온종일 비를 맞으며 다닌 그날이 떠올랐다.
아무리 멋지고 의미있는 곳이라도 날씨와 상황이 좋지않으면 그저 허망하기만 할 따름이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아베이루는 드레스덴과 함께 그리 즐겁지 않은 여행지로 비와 연관 지어 기억될 것이다.
아베이루가 포루투칼의 베네치아라고?
날씨가 좋지 않으니 코웃음을 치게 된다.
오늘 우리가 없던 한낮 코임부라의 날씨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코임부라에 도착하자 비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오늘은 더 이상 외출하기를 접기로 했다.
<아베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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