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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포루투칼 - 코임부라 3일차

 오늘 포루투칼 코임부라 날씨 10~16 비

세상에~~~ 여행와서 열흘째 비가오는게 말이돼~!!

그러자 딸아이가 동생네 식구와 미국 여행 중 날씨 이야기가 들어간 2000년 11월 2일 미국에서 보낸 메일 읽어줄까?

나 안 버리고 가지고 있는데, 하면서 읽어준다.

본인도 기억 못할 그 메일을 딸에게 되돌려 보내자, '으악~~!! 쑥스러워~~'하고 답을 보내왔다.

 

오늘은 안 가본 길을 골라 골목골목 구경하면서 올라가기로 했다.

똬리와 물 항아리를 옆에 둔 여인상이 무척 세밀하고 작품성 있게 여겨지는 것이 계단에 앉아 있었다.

골목길에 있는 설치물과 조각들도 꽤 세련되고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였다.

 

파두를 공연하는 공연장을 지나서 올라가다 보니 박물관이 보여 기웃했더니 아가씨가 들어와도 좋다며 안내를 한다.

1인당 2유로이고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말했다.

소박한 박물관으로 그리 길지 않아보이는 코임부라 역사를 보여준다.

94%가 카톨릭 신자이니 당연히 관련 작품이 많고 옆에는 성당과 연결되어 있었다.

 

안내하는 남 녀 두 사람은 조용히 있다가 도움이 필요한 것 같으면 다가와 안내를 하였다.

종탑을 기웃기웃 하니 올라가도 되는데 머리 조심하고 아주 좁다고 일러준다.

 

좁디좁은 계단을 뱅글뱅글 올라가는 중에 뎅그렁~~ 종이 울리는데 좁고 밀폐된 곳이라 고막이 터질듯 들려왔다.

얼른 귀를 막았고 다행히 몇 번치고는 멈췄다.

 

종탑 꼭대기에는 바깥으로 뚫려 있어 밖으로 나갈수 있었다. 

워낙 좁고 난간은 있으나 뚫린 철제 난간에다가 비에 젖은 바닥에 고공 공포에 다리가 후둘거린다.

끝 부분의 나무 계단이 무섭다면서 혼자 빨리 올라 갔다 내려오란다.

겁은 났지만 충분하게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어서 볼 만했다.

호기심이 두려움을 몰아낸 것이다.

강변으로 보이는 빨간 지붕들이 멋진 작품이 되어 눈에 들어왔다.

내려오는데도 워낙 좁고 낮아 배낭이 걸리기도 해서 조심조심 내려왔다.

안전 장치가 부실한 이곳을 올라가라고 한다는 게 나처럼 겁많은 사람에겐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들의 친절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책임이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내려오니 대학 건물을 둘러보고 나갈 수 있다고 안내하였다.

대학 건물을 통해 밖으로 나오니 어제 악기를 든 학생들이 들어간 건물이었다.

 

엄청난 계단이나 가파른 길로 올라가는 등교길을 오르 내리다 보면

이 학교에 다닌는 학생들은 다리는 엄청 튼튼해질 것 같았다.

다리가 부실한 사람들은 아예 입학을 재삼재사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여겨졌다.

 

근처에 카페나 식당이 마땅한 곳이 없고 종탑을 오르고 계속 오르막 길을 올라 온지라 우린 휴식과 먹을 것이 필요했다.

크게 내키지는 않지만 대학 구내 식당에서 간단히 커피라도 마시며 쉬기로 했다.

3.8유로에 커피와 빵을 시켜 먹었다.

먹고 나니 점심이 나오는 시각인 12시가 20분 가량 남아 우린 이곳에서 아예 점심까지 해결하기로 했다.

 

시간이 되어 줄을 서니 앞에 여학생이 궁금해 하는 듯한 우리에게 메뉴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3가지 주메뉴가 있는데, 칠면조 고기 요리와 고기요리, 그리고 전갱이 구이가 있다고 하였다.

우린 전갱이 구이를 시켰다. 거기에 스프와 푸딩과 파인애풀을 시켰는데

스푸는 대구살과 조개살이 들어간 찌게처럼 여겨졌고 전갱이 튀김은 이스탄불에서 먹던 함시 (멸치 튀김)같은 맛이었다.

담백하고 느끼하지 않아 꼬리부터 머리까지 남김없이 먹었다.

모두 9.3유로 였고 맛도 좋아서 생각지도 않은 결정에 만족스러웠다.

밥을 못해 먹어서 걱정 할 일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우리가 나올 무렵 점심 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학생들과 교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일찍 먹고 나와 다행이었다.

 

점심을 먹고 문이 열린 곳이나 길이 뚫려 있으면 대학 건물 내부로 호기심에 올라가고 들어갔다.

겸손하고 예의바른(?) 자세로 들어가고 올라가서인지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재잘재잘 학생들의 소리가 학교임을 소리로 알려주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찌푸려져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온지 5분도 안되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제처럼 내려오는 고행이 시작되었네 하고 생각했지만

어제 고생했으니 오늘은 편하게 내려가게 하시려는 듯 비는 곧 그치고 바람도 불지않았으며 돌아 오는 지름길을 잘 찾아 내려왔다.

계단이 운치가 있었지만 젖은데다가 닳고 닳아서 미끄러웠다.

이 길은 술먹고 미끄러져 다치는 사람이 많아 영어로 '백브레이크 스트리트'라 부른단다.

 

집으로 들어오니 길가에서 연주하는 아코디언 소리가 닫은 창문을 뚫고 들려왔다.

휴식을 돕는 음악이라 생각하며 편한 자세로 들으며 각자의 폰으로 넷플렉스 프로그램을 골라보았다.

우린 다른점도 많아 보는 취향도 다르고 나는 집에 들어오면 나가고 싶어했고, 나가면 들어오고 싶어했다.

반면에 한번 나가면 들어오지 않으려고 했고,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했다.

같은 드라마를 보더라도 나는 조금씩 나누어 보는 편인데, 옆에선 한꺼번에 몰아서 왕창 보고 싶어했다.

군인으로 비교한다면 난 육군 보병 스타일이고 집사람은 공군 스타일이다.

먼저 공군이 푹격기로 무차별 폭격을 감행해서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나면

나는 소총을 들고 잔당을 소탕하는 보병의 임무를 맡는 편인 것이다.

그런 다른 점에 종종 티격태격했지만 큰 다툼없이 타협하고 지내온 셈이다.

 그렇지않다면 매번 긴여행을 함께 나오길 꺼려했을 것이다.

덕분에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조금은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도 있으리라.

 

다툼이 생길땐, 상대방이 창을 꺼내면 가능한 한 창을 꺼내지 않고 방패를 꺼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서로 창을 꺼내서 다투는 적도 있었지만 점차 그 횟수는 줄었다.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뿐이라는 걸 알게 된 때문이다.

그건 나만의 노력은 아니었고 곰곰 생각해보니 6:4 나 7:3의 비율로 내가 창을 꺼낸 적이 더 많았던것 같다

 

쉬다가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알퐁소 엔리케 국왕의 무덤이 있는 산타크루즈 성당에 들어갔다.

엔리케 국왕은 포루투칼과 이베리아 반도를 수 백년동안 점령하던 무어족을 몰아낸 왕이다.

성당 전면 양쪽 정교한 무늬로 조각된 아래 묻혀 있는데. 왼쪽에 알퐁소 오른쪽에는 그의 아들인 산초 1세 왕이 묻혀 있다.

이곳은 별도로 3유로의 요금을 받았다.

성당 좌우로 포루투에서 많이 본 청색타일의 그림이 성당외부가 아닌 내부를 장식하고 있었다.

성당 앞 광장을 5월8일 광장이라고 하였다.

입구에선 멀쩡하고 중후한 남성이 어제처럼 문을 열어주며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린 외면했다. 진짜 어려운 사람이라기 보다는 편하게 살려는 사람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취사가 안 되니 과일만 사 가지고 와서 들여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우리가 검색한 집이라 생각하고 들어가서 그들이 내민 메뉴판의 이름을 보니 다른 집이었다.

우린 휴대폰을 보여주며 이집이 아니냐고 뻔뻔하게 물었다.

종업원은 아니라고 하면서 우리를 이끌고 비 오는데도 불구하고 다음 골목까지 우리를 안내하더니

저 골목 안쪽 오른쪽 집이라고 알려주고는 염치없이 구는 우리에게 더욱 미안하게도 우릴 향해 웃으면서 되돌아갔다.

 

그런데 레스토랑 문이 닫혀 있었다. 아직 시간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우린 시간이 될 때까지 돌아다니자고 해서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생선 가게를 만났다.

그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새우 사가지고 가서 포트에 물 끓여부어 데치고 빵하고 먹을까? "

포루투에서 산 빵에 발라먹는 생선 알도 있다는 사실도 그제야 생각났다. 

우린 외식을 포기하고 새우를 샀다.

생선 가게 주인은 새우를 조리하려면 식용유도 사라고 식용유도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우린 그게 아니라고 손짓으로 말하고 나왔다.

왕새우 10마리 에 4.18유로였다. 빵 집에서 빵도 사 가지고 왔다.

빵과 곁들여 먹은 삶은 새우는 맛이 일품이었고, 잘 어울렸다.

그리하여 우린 근사하고 멋진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게 된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였다.

몸과 마음이 뿌듯하고 흡족한 식사였다.

 

여행을 하다보면 꼭 봐야 할 곳이라고 남들이 그런 곳이라든가

어디 유명하다는 곳에 가고 오느라 시간 보내고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시간 보내며,

많은 사람에 치이는 여행보다는 우리 편한대로 그때 그때 끌리는대로 결정하는게 만족스러울 때도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성당 종탑에 올라 내려다 본 코임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