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스페인 - 바르셀로나 다섯째날

 오늘은 전철을 타고 바르셀로나 뮤지엄에 갔다.

스페인광장에서 언덕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대부분 오르는 길에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어 있어서 쉽게 올라올 수 있었다.

마지막엔 좀 후미진 곳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잘 눈여겨 보아야 했다.

 

우린 서로서로 우리가 미술관과 박물관 관람에 시간 투자하는 것에 아까워하지 않고

기꺼이 시간을 내어준다는 점에선 잘 맞는 여행 파트너라고 스스로 만족스러워하며 자화자찬했다.

다른 사람들과 다니면서는 강요할 수 없는 일이고, 함께 가자고 권유하는 것도 상대방에겐 충분히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작품에서 함께 만족하느 건 아니어서 서로서로 사진을 찍는 그림이 다르고, 시간을 오래 머물러 보는 것도 서로 다르다.

그래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관람을 하게 된다.

 

중간에 있는 큰 원형 공간에서는 나이 지긋한 화가가 대형 캔버스에 커다란 빗자루에 물감을 묻혀가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보기 쉽지않은 광경을 보게되어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커피와 빵으로 간식을 하고, 테라스를 찾아올라갔다.

테라스 가는 길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루프 테라스가 개방되어 있어서 전망대로 손색이 없었다.

바르셀로나를 조망할수 있는 높은 곳이었다. 멀리 가우디성당도 오른편으로 볼수 있었다.

야~~참 좋다~~소리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날씨도 그지없이 좋고 하늘의 구름도 그림을 보고 있는 듯 맞춤형 그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래쪽에서는 기타 연주 소리가 들렸다.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곡들이다.

모든 감각이 만족스러운 순간이다. 테라스에서 내려오니 기타 연주자는 베사메무쵸를 연주하고 있었다.

내가 마냥 기타 연주를 들을 자세를 취하자 저만치 가다가 앉아있는게 보였다.

몇 곡의 연주가 더 끝나고 내가 다가가자 마누라 없어져도 찾지도 않을 거라고 핀잔을 준다.

"당신 복도 많아~나같은 마누라가 옆에 있어서~"

내가 기분좋은 듯한 상황인 것 같으면 꼭 덧붙이는 레파토리다.

 

내려와서 전철을 타고 평점이 그리 좋지않은 미술관을 찾아갔더니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문을 일찍 닫아 그만 입장 할 수가 없단다.

근처 카사바트요는 사람이 바글거리는데 외관이 요란한 이 미술관은 한산하다.

꼭 보고싶은 곳이라면 고작 20분 늦었으니 한 번쯤 들여보내 달라고 떼를 쓸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지도 않은지라 우린 순순히 문을 나섰다.

일요일이라 가족 단위의 나들이 객들이 많아 전철 안에도 가족이 함께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물끄러미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면서 그들의 투정이 어떤 것인지 헤아려 보았다.

 

바닷가까지 또 걸어서 산책을 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듯 사람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듯 보이기도하고, 사방팔방으로 움직인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높다란 꼭데기에서 콜롬버스는 사람들의 움직이는 방향을 지시하듯 먼 바다 쪽으로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있다.

갈매기나 비둘기들도 사람들이 혹시나 먹이를 흘리거나 던져줄까 음식을 먹는 사람 주변을 배회한다.

이따금 요트를 몰고 바다로 향하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오고, 빨간 케이블카는 한껏 부푼 사람들을 태우고 오가고 있다.

우린 크레페와 핫도그를 하나씩 사 가지고 먹었다.

핫도그는 맛있었으나 크레페는 밀가루풀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꿋꿋하게 다 먹었다.

 

한 두 방울씩 떨어지던 비는 바람이 구름을 걷어가는 바람에 더 이상 쏟아지지는 않았다.

천천히 걸어갔다가 천천히 걸어왔다.

급한 일도 없고 꼭 해야 할 일도 없으니 말이다. 뭔가에 쫓기듯 사는 삶에서 벗어난 것이다.

 

주인장이 있으면 간단한 저녁을 부탁했을텐데 주인장도 없고 다시 나가기도 그렇고 과자와 커피를 먹고 양치를 했다.

2만5천보 정도 걷는 편이라 요즘은 머리만 대면 언제고 잠이 온다.

바르셀로나에서 마지막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