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스페인 - 바르셀로나 셋째날

여행 이랑 삶에 있어서 잠깐 밀가루 반죽 숙성시키는 시간과도 닮았다.

그 짧은 시간동안의 숙성을 거치면 일상이 달리보이고 사고도 깊어질 것이다.

시차때문에 새벽 2시~3시 경에는 잠깐 눈이 떠진다. 이런저런 카톡이 서울로부터 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제 숙소에 새로 들어온 26살 젊은이와 함께 식사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이든 우리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 고마웠다.

밖으로 나오니 시위 때문인지 경찰들이 길 한쪽을 막고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오늘은 대규모 시위가 예정되어 있고 에두도 참여할 예정이란다.

가족들끼리 손잡고 피크닉 가는 기분으로 참여한다고 하였다.

바르셀로나 경찰과 달리 스페인 경찰들은 과격한 시위를 부추겨 진압의 구실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하였다.

 

오늘은 전철을 타고 엔칸츠 벼룩 시장을 먼저 가기로 했다.

벼룩시장을 돌다가 맘에 드는 야드로 인형을 만났는지 표정이 환해지더니 집어들고 가격을 묻는다.

70유로를 달라고 해서 내가 옆에서 툭툭치면서 그냥 가자고 하였다.

그 말을 깎지 말고 그냥 사라는 말로 들었단다. 60유로로 깎더니 마침내 55유로로 최종 가격에 낙찰~!!! 희희낙낙 내 가방에 넣었다.

깨지지 않게 잘 포장해서 넣어준다. 여행 초반에 샀기 때문에 내내 잘 간수할 일이 걱정이다.

벼룩시장에 대한 기대와 느낌이 많이 식어서 한비퀴 대충 돌고는 현대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현대 미술관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시각이라 사람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입장을 했는데 우리가 입장하고 나니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안내 글이 적힌 종이를 붙여놓았다.

시위로 인해 이들도 문을 닫고 시위에 동참하려는 모양이었다. 다행히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만 입장을 시킨 것이다.

큰 미술관에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전시물은 다소 만족스럽지 못했다. 3층으로 이루어진 넓은 공간에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영상과 설치물들이 전시된 곳이 많아 아쉬웠다.

미술관을 나와서 어제 문이 닫혀 사먹지 못한 츄로스 집을 찾아갔다. 찾아가는 도중 젊은 대학생들의 시위대를 만났다.

일정한 박수와 구호를 외치면서 람블라스 거리를 행진하였다. 오늘 가우디 성당 앞에서 대규모집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보케리아 시장도 문을 닫고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었다. 많은 상점도 문을 닫고 시위에 동참할거라고 하는 것이라고 어제 에두가 말했다.

 

하늘에는 시위대를 향해 헬리콥터가 낮게 날고 있었는데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떠 있는 바람에 골목에 있는 우리에게 고막이 아플 정도로 소리가 쏟아졌다. 

빠른 걸음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헬리콥터소리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이따금 건물에는 추모의 노란 리본이 달려 있는걸 볼 수 있었다 까탈루냐 독립을 위해 희생된 사람을 추모하는 의미라고 하였다.

까탈루냐기 깃발을 망또처럼 두른 젊은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번 시위는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라고 하였다.

 

쉬다가 나오니 버스가 시위때문인지 운행하지 않는다.

어제처럼 바닷가를 나가 바람쐬고 저녁도 먹고 할 참이었는데...하는 수없이 걸어서 콜럼버스 동상이 있는 곳까지 와서 앉아 쉬었다.

그러다가 일어나서 해안가쪽으로 걸었다.

하늘에는 여전히 헬리콥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한곳에 정지해 있었다.

돌아오다가 힘들어서 다리가 후둘거린다면서 한 정거장의 짧은 거리지만 지하철을 타자고 해서 타고 왔다.

 

아이들과 형제들로 부터 생일축하 카톡을 받았다. 내 생일 이었던가?

난 누구의 생일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내 생일도 마찬가지다.

그냥 몇 주년 축하 뭐 이런것에도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다.

 

구글지도에서 내 타임라인을 보며 오늘 내가 어디를 다녔는지 살펴본다.

나보다 더 나의 움직임을 더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어디를 다녔더라?

 

바르셀로나 분리독립 시위로 장난이 아니라며 카톡사진을 보냈더니 남자들과 여자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남자들 대부분의 의견 - 안전 조심하면서 다니게~~

여자들 대부분의 의견 - 여행 다니는게 부럽네~~

 

 

카탈루냐 시위

 

바르셀로나 벼룩시장의 멋진 거울지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