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시 반이네~~
휴대폰으로 오늘의 기온을 보니16도 ~ 32도 분포로 큰 기온 차를 보인다는 예보다.
어제 10시가 안 되어서 잠을 잤으니 거의 10시간 가까이 잠을 잔 셈이다.
먹고 자고, 뭘 먹을까? 궁리하고 장 보고.....마치 삼시세끼를 위해 이 먼 길로 여행을 온 것인가.
감포 광장에 갔더니 우리가 자는 사이에 말들이 달렸던 흔적이 보였고 호수로 물을 뿌리고 있었다.
팔리오 경마 축제가 얼마남지 않은 것이다.
7월2일과 8월16일 일년에 두 번 열리는 팔리오 경기
그런데 15일이면 우리가 이탈리아를 떠나는 날이다.
어쩐지 그 이후 숙박료가 엄청 뛰러라고....
광장을 한 바퀴 돌고 성당에 갔다.
오늘은 성당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성당의 옥상에 올라가는 날이다.
이곳이 포함되어 있어서 통합권의 가격이 비쌌던 것이다.
미팅 포인트로 오라고 한 시각은 아직도 한 시간 이상이 남았다.
우리 앞에 한 90세가 넘어 보이는 허리가 약간 구부정한 할머니가 걷는데
옷과 손목 시계가 같은 색깔이고 들고 있는 핸드백과 신발이 같은 색깔을 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엔 세련된 멋쟁이였을 것 같았다.
두오모 광장에서 기다리며 광장의 사람들을 보며 쉬다가 혼자 골목길을 돌았다.
돌다보니 멧돼지 마을도 있었다. 요란한 북소리에 돌아보니 이번엔 조개껍데기 깃발을 들고 온 마을 아이들이
퍼레이드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여자 아이들이 섞여 있었다.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물을 먹여 주거나 들고 있는 꽃다발을 손봐 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대견해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건 부모의 마음은 똑같은 것이다.
시간이 되어 미팅 포인트에 모이니 안내원이 사람 수를 센다.
10여 명이 모였는데 신청한 사람보다 사람 수가 적은지 일반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질러 부른다.
한 아이와 아버지가 손을 들고 나왔다.
우린,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들어가는 특권을 부여받았다. 안내를 따라 들어가니
성당 뒤쪽의 겨우 한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좁은 문으로 안내를 하였다.
내밀한 공간으로 가는 입구처럼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곳이다.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성당 지붕 위로 올라갔다.
20여 미터 높이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하였다.
계단이 힘들어 전망대는 안 올라갔는데 이번엔 내 앞에서 잘도 올라간다.
계단의 높이가 일정하고 자기 높이에 맞아 힘들지 않다고 하였다.
성당 지붕에 올라 벌어진 작은 틈과 문으로 아래 성당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우리보다 늦게 성당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까마득히 20미터 아래 내려다 보였다.
선택받은 자들 만이 갖는 '난 너완 달라~'같은 교만한 우월감 같은 것이 솟아오르려 하고 있었다.
선택받은 자들만 내려다볼 수 있는 것이다.
남들을 내려다 보는 위치에 있으면
상대를 깔 보는 마음이 생기고, 내려가기 싫고 지금 누리는 특권을 계속 갖고 싶을 것이다.
권력을 가지고 아래를 내려다 보듯 하는 사람들은 특권을 놓기 싫어 권력을 놓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특권을 내려놓으려는 정치인이 존경스럽고
하늘을 우러러 티끌같은 한 점 부끄러움에도 한 정치인이 스스로 목숨을 내 놓은 것이다.
올려다만 보던 스텐드 글라스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안내 가이드 옆에있는 사람은 행여 후레쉬를 터트리지 않을까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눈여겨 보다가
한사람이 후레쉬를 터트리자 사용하지 말라고 즉각 제지를 하였다.
성당 옥상에서 내려와서 산타마리아 델라 스칼라 박물관에 들어갔다.
흑사병 돌 때 병원이었던 곳이란다.
작년에 왔을 때 몸이 좀 안좋아서 그랬는지 서둘러 보고 나갔었는데 오늘은 여유있게 보니 너무 좋단다.
그래픽으로 가이아 분수의 변화 과정을 보니 다시 한번 감포 광장의 분수대를 자세히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 전시도 하고 있었는데 영상과 음악이 잘 어우러진 곳이었다.
현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이 영상과 잘 어우러졌고 조형물과 영삭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착각에 빠지게 하였다.
곡이 끝나고 나서도 다시 또 듣기를 반복 하였다.
언제까지고 앉아 있고 싶은 장소였다.
나는 음악이 끝날 때까지 있다가 다시 셀카를 찍다가 세 번째 또 다시 들으면서
그림자 놀이를 하고 있으려니 이제 그만 주책 부리지 말라고 가자고 등을 친다.
다행히 박물관에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뒷사람 기다리게 하지는 않았다.
창 밖을 보니 두오모 광장엔 사람들이 많은데 이곳엔 사람들도 거의 없고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냉방이 가동되고 있었다.
불과 벽 하나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것이다.
박물관을 돌고 밖으로 나오니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나온 느낌이 들었다.
돌아오는 도중에 항상 사람이 많아서 북적이는 집이라 맛있을 것 같아 그 가게에서 기다렸다가
피자와 샌드위치를 사 가지고 와서 점심을 했다.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어제와 같은 2시 경에 방청소를 하러 왔다.
오늘도 타월만 교체해 달라고 하고 잠시 쉬었다. 내일이나 청소를 해달라고 해야겠다.
쉬다가 다시 나와서 세례당에 갔다.
보티첼리, 토나텔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다.
기베르티와 도나텔로의 부조상도 있었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었던 예수의 독특한 포즈를 한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우린 오늘 일정을 끝내고 발 길 닿는데로 걷기로 했다.
여행지에서 가끔은 발 길 닿는데로 돌아다니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본 것들을 머릿 속에서 정리도 하고 새로운 곳을 보게 되기도 하고
그러다가 유니콘 마을도 보게 되었다.
엽서도 한 장 샀다. 감포 광장 가득 들어찬 사람들의 모습의 사진이 들어있는 엽서였다.
더 걷다가 첫 날 여기 올 때 버스 내린 곳까지 가 보자고 하고
걸어내려 오다 보니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들어 엉뚱한 길로 내려오게 되었다.
전혀 낯선 곳의 성 밖까지 나와서 다시 걸어올라갔다.
중간에 과자와 우유를 샀다.
아마도 시에나 산 우유인지 아무 상표도 붙어있지 않아서 물어보니 우유가 맞다고 하였다.
우린 계산을 끝내고 나오자 마자 맛을 보았다.
목도 마르고 해서 그런지 아주 시원하고 고소했다.
옆에서 나처럼 맛이 좋았는지 내일 내가 우유 한병 더 사다 달라고 할지도 몰라~~이 가게 기억했다가 사다줘~~
우유를 마시고 났는데도 젤라또 타령을 했다.
젤라또를 먹으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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