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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일지

해바라기

 

 

 

어린 시절 우리집에 심었던 해바라기는 무척 크고 줄기도 아주 굵었다.

어른들의 키를 훌쩍넘어서 꽃이라는 느낌보다는 나무라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웬만한 비바람에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가을이면 어린 내가 보기에 까막득한 곳에 시커먼 얼굴을 하고 내려다 보곤 했다.

그 해바라기에 달린 씨앗의 양도 엄청나서 오래도록 까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 심은 해바라기는 오늘 내린 비바람에 이리 눕고 저리 눕는다.

끈을 묶어서 고정을 시켜주고 들어왔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밖을 내다보니 한 남자 분이 손에 호미와 큰 비닐봉지를 들고서 해바라기 좀 얻을 수 있느냐고 하였다.

우리 처럼 아파트 일층에 사는 사람인데 지나다니면서 화단 구경 잘하고 있다면서 자기도 심어보고 싶다고 했다.

들어와서 캐 가시라고 드렸다.

3-4 그루의 해바라기와 함께 둥글레도 함께 뽑혀서 가져다 심으시라 하였다.

 

지난번에 내가 없을 때 오셔서 해바라기 몇그루 얻을 수 있는지 타진 했었던 분이라고 하였다.

저녁을 먹고 양자(?) 보낸 해바라기 잘 심으셨는지 보러 다녀왔다.

심은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기운을 못 차리고 있었다.

꽃이 핀 다음에 옮긴지라 잘 살아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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