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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아들의 퇴소식

 

 

 

 

아들의 군 훈련이 끝나고 퇴소식이 있는 날이다.

입소식때는 엄마와 여동생만 가고 나는 가지 않았다.

아빠도 가야하는 거 아니냐고 주위에서는 이야기 했지만, 난 가지 않았다.

아들도 혼자가도 되는데 뭘요~~했었다.

그래도 퇴소식때는 가야지 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퇴소식 날이 우리학교 개교기념일 휴일이었다.

별도의 절차를 거치거나 폐(?)를 끼치는 일없이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새벽에 출발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동으로 아침을 떼웠다.

 

내 생각에는

짧은 기간이라 뭐 그리 유난스럽게 굴 것 까지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당사자인 아이에겐 짧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고

더욱 마지막 주에는 감기까지 걸려서 더 시간이 더디게 갔을 것이다.

 

안개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이었지만 아이를 만날 생각에 마음은 맑았다.

연무대에 들어섰다. 퇴소식이 시작되려면 40분 정도 남아 있었다.

남은 시간동안 피아노와 클라리넷 연주를 들려주었다.

여러 유명 콩쿨에서 상을 받았다고 소개된 두 병사는 귀에 익은 곡을 연이어 연주하였다.

이어서 아이들이 연무대에 입장을 하였다.

아이가 있는 부대를 호명하였지만 같은 옷을 입은 수많은 훈련병들 사이에서 아이를 찾기는 정말 힘들었다.

 

부대정열이 끝나고 나온

사회자의 안내 멘트에 나도 모르게 풋~하고 웃음이 터졌다.

다름 아닌 식이 진행되는 동안에 대열로 들어와 아이를 찾는 일 없도록 해달라는 멘트였다.

내가 웃음이 나온 이유는 우리들이 학교에서 부형님이 오신 행사를 진행할 때 하던 멘트였기 때문이다.

부모 심정은 똑같겠지? 아무리 아이가 성인이 되었어도 부모의 눈엔 여리기 짝이 없는 자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짧은 퇴소식이 마무리 되었다.

지지부진하게 부대장이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을 일장 훈시를 하는 일이 없어서 좋았다.

식이 끝났으니 내려가서 함께 만나 사진을 찍어도 좋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우르르~~마라톤 출발 총성이 울려 선수들이 출발하듯, 부모 친지들이 내려갔다.

 

그 많은 병사들 중에 바로 우리 아이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엄마가 아빠인 나보다 먼저 아들을 찾았다.

순간 아이가 엄마를 안고 울먹이는 것이었다.

갑자기 우리 반 3학년 아이들보다도 어린 아이로 여겨졌다.

30 이 훌쩍 넘은 결혼 5년차에 접어든 아이가.....

모든 부모 앞에서 자식은 어린 아이가 되나보다.

나도 그 모습을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하긴 야구 선수 박찬호도 퇴소식때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도 자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면서 멋쩍은 표정에 손수건을 찾았다.

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네 주었더니, 감사합니다. 존댓말을 쓰는 것이었다.

함께 사진을 찍었다. 엄마와 아빠와 또 셋이서.....

 

일상과의 단절이 가장 힘들었는지

인터넷 포털 화면이 가장 보고 싶고 피자도 먹고 싶다고 하였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결핍이 결핍된 아이가 모처럼 결핍을 만끽한 것이리라.

대통령의 구속 소식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전해 들었다고 한다.

한 나라 안에서도 철저하게 정보가 차단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놀라웠다.

아이는 몰라보게 살이 빠져있었다.

4주 동안 6킬로그램이 빠졌다고 하였다.

일부러 다이어트도 하는데 몸무게 잘 유지하라고 했더니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또 하나의 고비를 넘은 것이다.

 

 

시간나는 틈틈이 읽은 책 목록이라고 한다.

알아보기 힘든 저 악필로 쓴 손편지를 세통이나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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