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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가을엔 편지를...

 

 

손으로 직접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 적이 언제였던가?

연필로 볼펜으로, 그리고 만년필로

쓴 사람의 향기가 묻어있는 편지.

 

그 사람의 독특한 글씨체, 그 사람의 손이 닿았을 편지지.

 

간혹 혓바닥에 대고 침으로 붙였을 우표,

그 우표에는 무궁화나 태극기가 그려있거나 거북선등의 문화재가 그려 있기도 했고, 기념우표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 대통령과 우리나라 대통령이 나란히 웃는 얼굴로 그려져있기도 했던 우표.

그 우표의 힘으로 편지는 멀리 멀리 날아간다.

 

우표값이 없거나 가지 않을까 싶으면 수신인이 우송료를 부담하는 미납.

 

메일이니 메세지가 한바가지씩 오고 가는 지금.

누가 쓴 글씨인지 구별이 안되는 똑같이 성형을 한 예쁜 글씨체와

곱게 단장한 이모티콘으로 꾸며져 아양을 떨며 오지만 그저 삭제 버튼 조차 누르기 귀찮은 감정이 담기지 않은 것들. 

 

편지를 보내면 수신인에게 도착을 하고 답장을 받기까지의 기다림의 시간.

그 기다림의 시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숙성된 연결고리로 끈을 단단하게 연결시켜준다.

그 사람의 마음이 자간과 행간 사이사이 그대로 드러난다.

 

답장이 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다가

삐죽이 얼굴을 내민 우편함 속의 하얀 편지봉투를 발견할 때의 그 떨림.

 

정성껏 손으로 쓴 편지는 쉽게 버리지 못해

상자에 채곡채곡 보관해 책상 밑이나 장농위에 보관되어 있기도 한다.

 

 요즘 편지함에 오는 우편물들은 간행물이나 납부고지서, 

달갑지 않은 우편물들이 우표도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요금별납이란 이름을 달고 들어와 앉아있다.

그런 편지들은 대개 가위로 신상명세나 개인정보가 담긴 부분이 오려진 채로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바로 들어가버릴뿐.

 

예쁜 우편함을 보는 이 가을엔 갑자기 편지가 쓰고 싶어진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 고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보내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헤매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아름다워요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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