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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름 사냥 종종 한여름에 맨손 사냥으로 쾌감을 느낄 때가 있다. 내 손에 의해 몸이 으스러지고 온 몸의 내장이 다 튀어나와 문드러진 사체는 내게 쾌감을 준다. '아~ 이러면 난 완전 사이코패쓰가 아닌가?' 아마 이런 기분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냥의 성공으로 쾌감을 가져다 줄 때보다는 실패해서 낭패를 볼 때가 더 많다. 이 때 내가 놓친 사냥감을 옆에서 잡을 때가 있다. 이럴땐 어김없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숨기지도 않고 나를 쳐다본다. 이때의 표정에는 핀잔이나 빈정거림이 듬뿍 담겨 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아니 그것도 못 잡아~, 이것봐 난 맨 손으로 가볍게 잡았잖아~~!!ㅋㅋㅋ' 이런 말을 읽어낼 수가 있다. 그러면서 자랑스럽게 뭉개진 사체를 내 눈 앞에 들이미는데 일말의 주저함이나 애도.. 더보기
어느 여름 한낮에 숲속에선 매미 소리가 요란스럽고 그악스러워 다른 모든 소리들을 집어 삼켰다. 그런데 계곡으로 내려서자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들이 매미 소리를 삼켜버린다. 소리에서 조차 약육강식이 존재하는가. 물 속에 발을 담갔다. 물이 무릎 정도 되는 곳까지 들어갔다. 소리는 들리지 않고 차.. 더보기
여름 여름은 커다란 통 속에 들어있는 화려한 꽃다발 같다. 닫힘없이 열려 있다. 세련되었고 소박하다. 애오이처럼 신선하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무기력을 전염시키는 계절이기도 하다. 시들지 않는 꽃과 같이 영원히 시간이 멈춘 것처럼 사람을 집중시키다가가 어느 덧 가버리는 게 여름이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