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엄마 없는 엄마가 되었다
-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일단 씻어야 했고 깨끗한 옷을 입어야 했고 무슨 말을 할까, 어떤 말을 듣게 될까, 마음의 무장을 해야 하는 것이 싫었다. 가만히 있는 나에게 날카로운 무언가가 다가와 바뀌어야 해, 여기서 벗어나 좀 다른 모양으로 변화해야 해, 하고 말하는 듯했으니까. - 10월에 엄마는 엄마 없는 엄마가 되었다. - 적어도 내게 친지란, 조부모란, 고향이란 실감보다는 개념에 가까웠다. - 할머니와 가까웠든 가깝지 못했든 할머니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게 찾아든 할머니의 부재, 그 공평한 부재 속에서 비로소 '나의 할머니'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모두 다 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말, 그 말을 곱씹는 데서 시작해, 조금씩 그러나 오래오래. - 그날의 미안함, 그날의 부끄러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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