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집 썸네일형 리스트형 작가 박완서가 미워했던 나무 겨우내 갈색 잎을 달고 있던 낙우송도 아직 그 누더기를 벗지 못하고 있다. 참 딱한 나무다. 나는 그 나무를 누더기 나무라 불렀었다. 침엽수인데 상록수는 아니어서 가을에는 아주 짙은 갈색으로 잎이 변하건만 낙엽지지 않고 그냥 달고 있다. 그게 마치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것처럼 누추해 보여서 그렇게 부르며 좀 미워했었다. 겨울나무가 봄이나 여름 가을 나무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걸 안 것은 나이 든 후였다. 겨울에 길 가다가도 문득 가로수를 쳐다보면 그 섬세한 가지 끝까지 낱낱이 드러난 벌거벗은 모습에서 감동에 가까운 기쁨을 느끼곤 했었다. 어떤 나무든지 잎이나 꽃을 완전히 떨군 후에도 오히려 더 조화롭고 힘차 보이는 게 그렇게 신기해 보일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누더기 나무라 부른 나무는 겨울에 청청할 수..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