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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땡볕에 한 없이 기다리는 사람들

무슨 행사가 있나? 주차장에 차들이 많네~

날은 무척 더운 날이다.

집에서 꽤 먼 길을 차를 타고 왔더니 다른 곳과는 달리 차가 많았다.

 

오늘은 파주 장릉을 갔다.

재실 앞에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주차장의 많은 차들은 저 사람들이 타고 온 차들이었구나.

 

그들은 챙이 넓은 모자로 볕을 가리고 물을 마시면서 뙤약볕에 일제히 한 방향을 보고 서 있었다.

그리고 각자 앞에는 포신처럼 생긴 큰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세워놓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에게 다가가 뭘 찍으려고 하느냐고 조용히 물었다.

그들은 파랑새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기 저 높은 나무에 있는 구멍에 지금 파랑새 새끼들이 있고 

어미는 먹이를 구하러 갔는데 어미가 먹이를 구해와서 그 먹이 주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란다.

 

우린 그들을 뒤로 하고 릉으로 향하였다.

한참 릉을 둘러보고 나올 때까지 그들은 땡볕에 그대로 서 있었다.

정말 대단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볕을 피하지도 않고 고스란히 맞는 고행을 자초하면서

그들은 그 환희의 짧은 한 순간을 위해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더위에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은 날더러 이 더위에 릉은 뭐 볼게 있다고 다니느냐고 생각할런지도 모른다.

 

원하는 사진을 얻었을까?

그들은 원하는 사진을 얻지 못했다고 그 고행의 순간을 헛되다 생각하지 않고

다음의 순간을 찾아 기회가 되면 또 어디든 마다않고 갈 것이다.

 

우리는 다 각기 자신의 삶이 있는 것이고, 누구의 삶이 옳은지 그른지 따질 수도 없는 것이다.

각자의 생각대로 자신의 길을 가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고,

자신의 삶이 더 바람직하다고 남들 삶에 함부로 개입 할 일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현인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충,조,평,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던건 아닐까?

충고, 조언, 평가, 판단 말이다.

 

 

"저 나무에 구멍 보이죠? 저 안에 파랑새가 있어요." 지친 기색도 없이 흥분에 찬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며 말해주었다.
그들은 새들에 빠져 있고, 나는 왕릉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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