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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포루투칼-리스본 5일째

13~23 분포 맑음

새벽 1시에 골목을 수레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에 깼다.

아파트 바로 옆이 골목이다보니 지나가는 사람들 말소리도 다 들려온다. 물론 의미를 알 수는 없는 소리지만 말이다.

여행을 하면서 갑갑한 것 중 하나는 이처럼 주변에서 들려오는 생활 소음을 잘 이해 못하는 것이다.

차 안의 많은 사람들의 소리, 광장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의 의미를 소리만 듣고는 잘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여행은 일상에서 들려오는 짜증스런 소음조차 그리운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기도 하다.

 

푸나쿨라를 타고 가파른 길을 올라가서 만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와 에그타르트를 먹었다.

우린 매일 다른 장소에서 먹고 품평회를 하기로 하였다.

남자 둘 여자 한 명이 주문을 받고 있었는데 이들의 동작을 보고 있으려니 마치 공연을 보는 듯 하였다.

좁은 공간에서 부딪치지 않으면서 움직이는 절묘한 동선,

찻잔과 컵과 스푼, 설탕을 던지듯 놓았지만 전혀 무례하게 보이지 않았다.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고, 설거지를 하고 손을 닦고, 요금을 받고 거스름 돈을 내주고,

세사람이 쉴틈없이 많은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여념이 없다.

커피와 빵을 먹고 나서도 멀찍이서 한동안 쳐다보다 나왔다.

그들은 동작으로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중에서도 프로임을 보여주었고 역시 커피와 에그타르트의 맛도 좋았다.

조금 한산했다면 그들에게'싸인해주세요~' 하고 싶을 정도였다.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파리의 에펠탑을 세운 에펠의 제자가 만든 것인데 1902년 세워져 10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수동으로 운행하고 있다고 하여

운행자의 손동작을 유심히 보게 된다. 한 번에 20명씩 올려보내는 바람에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아래에서 볼땐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는데 위에선 무척 높아보이고 바람까지 불어서 더욱 높게 느껴졌다.

 

판테온에 가기 위해 트렘을 타고 가던 도중 트렘끼리 단선인 곳에서 마주오던 트렘과 맞딱드리게 되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나 보았더니 양쪽 운전기사가 내려서 한쪽 트렘을 후진시키는데

자동차처럼 후진이 쉽게 되는게 아닌것이 더듬이를 반대로 제껴야하고 트렘이 갈 수 있는 레일선을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것이다.

관광객들에게는 신기한 볼거리지만 그들에겐 그들의 일상인 것이다.

 

판테온에는 여러 위인들의 묘가 있었는데 내가 아는 사람으로는

바스코다가마와 우리나라에도 다녀간 벤피카 축구팀의 세계적인 축구선수 유세비오도 있었다.

흑인이라 검은 표범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축구 실력뿐 아니라 인간성도 좋았다는 소식을 들은바 있다.

파두 가수로 유명한 아밀리아 로드리게스도 이곳에 안장되어 있었다.

비교적 최근의 유명인사가 묻혀 있어서 로마의 판테온과 대비되었다.

또 로마의 판테온과 달리 내부에 화장실도 있고 꼭데기까지 올라가면 밖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옆에선 해를 피해 그늘 속으로 들어갔지만 나는 양지를 지향하는 사람이라 해가 비치는 곳으로 갔다.

모든 면에서 이렇게 다른데 그래도 싸우지 않고 잘 다닌 편이다.

6:4의 비율로 내게 양보해준 덕분이라고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4.25 다리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똑같은 모습인데 1966년 완공 당시 독재자 이름을 붙여 '살라자교'라고 부르다가

1974년 4월 25일 독재에 항거하여 일어난 민주화 혁명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4.25 다리로 이름이 바뀌었단다.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아찔 하다. 80미터가 넘는 높이란다. 투명한 곳을 내려다보려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우리와 함께 올라온 다른 가족들은, 할머니 어린 아이 다 올라갔다. 고공공포증은 남녀노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문래동과 같은 공장지대를 개조한 핫 플레이스로 소위 뜨고 있는 지역(LX Factory)에 갔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돌아보다가 인근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개선문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오늘은 전망대만 참 여러군데 다닌셈이다.

 

저녁때 일몰을 보러 나갔다. 바다같은 넓은 강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숙연해진듯하고, 감상에 젖은 듯, 음악 소리도 그런 사람들의 마음에 한 몫을 한다.

4.25 다리 너머로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에서 만난 여대생에게

내일 저녁 먹으러 와도 되느냐는 연락이 와서 내일 저녁 7시에 만나기로 하였다.

 

 

 

<4.25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