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해돋이를 보러 새벽에 첫 배를 타러 나섰다.
우리 숙소 바로 앞에서 5시 17분 첫 배가 지나가는 시각에 맞춰 나갔다.
한낮에는 사람도 많고 날도 더우니 우리 새벽 시간에 나가자.
어제 그러기로 하고 수상버스 첫 시간을 알아 본 것이다.
샤워를 하고 나서인지 팔과 다리에 닿는 바람이 선선하다.
배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 사람들마저 내리자 승객이라고는 우리 둘 뿐. 마치 전세 낸 거 같다.
아침 해 뜨기 직전의 하늘이 시시각각 색깔을 달리하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은 어쩌면 금강산을 모욕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배고파도 금강산....금강산은 식전경 이래야 할 것이다.
지금 난 아침을 안 먹은 빈 속이다.
그럼에도 배고픈 걸 잊고 베네치아의 새벽 바다를 지나가고 있다.
배는 천천히 넓은 바다길을 향해 나가고 있었다. 느릿느릿 그 속도가 내 기분과 딱 맞았다.
시간도 그 속도로 천천히 흐르고, 오감이 극대화되어 모든 걸 빨아 들일듯 열려 있다.
알맞은 날씨와 적당한 바람과, 기온과 소리와.....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날이다.
나는 또 다시 베네치아를 좋았던 여행지의 한 목록으로,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꼽아두고 있었다.
돌아가서는 누군가에게 베네치아에서 새벽 배를 타고 나가보라고 해야겠다.
그러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보라고, 절대 카메라는 온에서 오프로 바꾸지 않을 거라고....
나는 뱃머리에 앉아 하늘과 건물들과 물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풍경들을 본다.
보이는 모든 것이 미술관의 명화였고 들리는 모든 소리가 명곡 이었다.
너무 오버한 나머지 만나는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할 뻔했다.
끼룩끼룩 갈매기들은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눈과 귀와 내 피부에 와 닿는 바람까지 모든 감각이 기쁨에 겨워 어쩔줄 몰라하는게 느껴진다.
피부에 닿는 새벽 바람은 모든 피부를 열어 맞이하고 싶을 정도로 신선했다.
촉감을 통해 행복감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배가 내는 가르릉~~거리는 소리는 어떤 음악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음악같다.
"베네치아 뭘보러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들까? 이 더위에.....' 처음 도착한 날 내가 그랬었다.
산마르코 광장에는 아침 해돋이를 찍으려는 사람들이 동쪽 하늘을 향해 바라보고 서 있었다.
요가 화보를 찍는 사람들, 웨딩 화보를 찍는 드레스를 입은 연인, 서로 사진을 찍는 신혼부부인 듯한 부부,
부르릉 작은 배에서 신문을 배달하며 이내 다음 배달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사람...
한낮에 보았던 풍경과는 너무 다른 이른 아침의 풍경이다.
우린 매일 새벽 첫 배를 타기로 했다.
모기 물린 곳은 더 이상 가렵지 않았고, 결린 옆구리도 말짱했다.
새벽 바람을 맞은 덕분이다.
매일 사람으로 그득했던 골목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새벽이다.
수상버스는 왼쪽에 섰다가......
오른쪽에 섰다가 지그재그로 양쪽의 모든 선착장에 선다....그래서 양방향 다 선다. 반대 방향으로 간다고 강(실제는 바닷길)을 건널 필요는 없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내렸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두칼레 궁전이다.
멀어져 가는 산 마르코 광장과 두칼레 궁전
리알토 다리에는 벌써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돌아오니 수산시장이 섰다. 해물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