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일지

이 집 주인 무슨 일 있어요?

해질랑 2024. 12. 29. 08:28

전에는 하루 중 화단에 나가 있는 시간이 꽤 길었다.

출근하기 전에도 화단에 나갔다가 출근하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화단부터 나가보곤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화단의 꽃들이나 나무들을 보는 일은 제일 흐믓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최근 몇 년간 이렇게 화단을 방치하다시피 하게 되었다. 

이미 여러차례 말 한 것처럼 화단 앞의 나무들이 점점 커지면서 그늘이 많이 지고 그에따라

절대적 일조량이 부족하다보니 이끼도 많이 끼고 사다 심은 것들은 비실비실하다가 죽기 일쑤였다. 

내 노력이 점차 부질없는 일이 되어가다보니 점차 화단에 나가는 시간이 줄게 되었다. 

 

그래도 봄이 되면 화원에서 꽃모종을 사다 심는 일은 매년 거르지 않았다.

지난 달에도 두 종류의 튤립 구근을 사다가 심었다. 초겨울에 심으면 겨울을 나고

이듬해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튤립이라 일조량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다.

물론 꽃이지고 나서 해를 잘 보아야 알뿌리가 튼튼해져서 또 이름해에도 잘 자랄테지만

그렇게까지 바라지 않고 그저 내년 한 해 꽃을 잘 피우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우리 화단 앞을 청소 하던 경비 아저씨에게 

"이 집 주인 요즈음 통 안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요?" 하고 묻더란다.

거의 매일 나갔었기 때문에 오가다가 눈인사 했던 분이셨으리라.

하지만 최근에는 집을 비운 경우도 많은데다 있더라도 화단에 나가지 않았으니

그런 이야기까지 들려오는 상황에 까지 이른 것이다. 

내년에는 어떨지 잘 모르겠다.

 

 

 

이번 겨울에도 두 종류의 튤립 구근을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