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밀린 숙제
해질랑
2023. 12. 27. 17:08
누구나 그러하듯 병원 가는 일은 정말 싫다.
올해가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해라 올 초 부터 받아야지 받아야지 .... 하다가
이렇게 12월이 끝나가는 시점에서야 마지못해 둘이 함께 병원에 갔다.
옛 어르신들이 '하루 물림이 열흘 간다'고 하시더니 바로 그 꼴이 된 것이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다 검진시 옷을 벗어야 하니 가볍게 입고 겉에 패딩을 하나 걸치고 갔다.
아침을 안 먹은 빈속이다보니 더 춥게 느껴졌고 길도 미끄러웠다.
이리 오세요. 저리 가세요~ 여기 보세요. 검사 받는 한사람 한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하는 간호사들도 정말 힘든 일일것 같았다.
그럴 땐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과 사무적으로 퉁명스럽게 내 뱉는 사람은 단박에 비교가 된다.
오늘 안내하는 분은 말투도 공손하고 정말 이런 일에 특화된 분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친절 하였다.
노인성 검사도 해야하는 나이라며 다리를 한쪽 들고 20초 이상 버티는지를 보고 의자에서 일어나 걸어보라고도 시켰다.
그러고보니 60을 넘어선지 오래고 이제 60보다는 70이 더 가까운 나이가 된 것이다.
말끝마다 '어르신 어르신~ 아버님 아버님~' 소리를 하는데 어색하던 그 소리도 이젠 자연스럽게 듣게 된다.
기본 검사만 받았는데도 끝내고 나니 밀린 숙제 하나를 해치운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