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11일차 (만좌모)
날씨가 좋으면 도시락을 싸서 바다로 가자고 했는데 날이 좋았다.
버스를 타려고 가는 길에 달팽이 한마리가 기어가는 게 보였다.
바로 우리가 달팽이처럼 다니는 거라고 생각했던 터라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달팽이 같은 걸음도 모자라 다시 또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 생겼다.
버스 정거장까지 왔는데 우리가 인덕션의 전원을 껐는지 그대로 두었는지 긴가민가했던 것이다.
다시 돌아가 보았더니 전원은 끈 상태였다. 하지만 다시 확인을 하지 않으면 내내 불안했을 것이다.
오늘 간 곳은 코끼리 모양의 바위가 있는 만좌모라는 해안가였다.
만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라는 뜻이라고 적혀 있었다.
투명하게 맑은 청록색의 바닷물과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이곳 오키나와가 세계적인 장수촌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양식 식습관으로 인해 장수촌의 훈장은 내려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안전 펜스가 있었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절벽 가까이 가면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한적한 해변을 찾아 싸 가지고 간 도시락을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고 눈요기만으로도 반찬이 필요없는 점심이었다.
옷을 하나 벗어야 할 정도로 날은 쨍하고 기온도 점점 올라갔다.
도로 공사하는 주변에 놓여있는 고깔이 우리는 주황색인데 이곳은 연록색이어서 인상적이었다.
주황색보다는 눈에 덜 뜨이지만 눈에 들어오는 색감은 자극적이지 않고 편하게 보였다.
하지만 녹약인 사람들은 잘 구별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아니~ 오키나와에 가셨으면 수족관에 고래상어를 보셔야지 안 보셨다구요?"
우리가 수족관에 안 갔다는데 대한 아들의 반응이었다.
사람마다 관심사항이 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