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휴일 한나절
해질랑
2018. 6. 6. 15:19
이른 아침 마른 화단에 물을 듬뿍 주었다.
햇살이 오르자 아직 잎들에 남아 있던 물방울들이 반짝거린다.
팔랑 팔랑 하얀 나비 한 쌍이 화단을 맴 돌더니 꽃이 아닌 맨 땅에 앉는다.
날개를 달고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날개를 말리는 모양이다.
구구구구~~ 산비둘기가 울더니
찌지지직~ 작은 산 새 소리도 들려온다.
쭈구리고 잡초를 뽑다가 허리가 뻐근할 때쯤 허리를 펴고 자리에 앉아
책을 보고, 책을 보다가 눈이 피곤할 때 쯤 화단을 보다가,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대상이 눈에 들어오면 카메라를 든다.
화단을 시찰하듯 둘러보다
다시 앉아 책을 든다.
멀리서 선거 유세 차량이
목청을 잔뜩 돋운듯한 목소리로 거리 유세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지만
나뭇가지 끝의 가는 가지에 앉은 작은 새는 아랑곳하지 않고 뭔가를 열심히 쪼아댄다.
새가 앉은 나무가지가 휘청휘청 흔들거린다.
그 흔들거림에도 여념이 없다.
벌들은 열심히 꽃 속을 들락날락거리며 만족스러운지 붕붕 거리고
붉은 넝쿨 장미는 전성기를 맞은 듯 한창 좋은 빛깔이다.
늘어진 장미 가지를 창틀에 올려 고정 시키고 뒤돌아보는 꽃은 내 쪽으로 돌려놓는다.
점심 먹으라는 소리를 듣고서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전 내내 화단에 있었음을 안다.
휴일 한나절 나의 소확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