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 방에서...
미대에 입학한 딸 아이는
같은 식구끼리도 자신이 그림 그리는 것을 보여주기 싫어한다.
그림을 완성 해 놓고서도 보여지는 게 그리 좋은 내색은 아니다.
남들 같으면 이 그림 어때? 뭐 이러면서 그림을 잘 모르는 주변 사람들의
평이나 칭찬등을 듣고 싶어할 법도 한데 말이다.
어제는 집사람이 딸 아이 방에 들어갔다가 간 떨어질 뻔할만큼 놀랐다고 하길래
뭔가 하고 나도 슬며시 들어가 보았다.
방에 들어가니 이젤에 커다란 캔버스가 걸쳐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그림을 보니 누드를 그린 그림이 였는데 그것이 여자 누드가 아닌 남자 누드였다.
나도 보기 민망했는데 집사람은 더더욱 놀랄만도 했다.
학년초엔
여자 누드 크로키를 그린 것을 가지고 온 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남자 누드를 크로키가 아닌 적나라하게 유화로 그린것을 들고 온 것이다.
그것도 어느 정도 은밀한 부분이 가려졌다던가 하면 놀라지 않았을텐데....
아주 적나라하게 그 부분을 내놓고 정면으로 서 있는 남자의 누드화였다.
내가 학교 다닐 적엔
가슴만 그린 누드화를 보더라도 공연히 얼굴이 화끈 거리곤 했었는데.
내가 들어갔는데도 딸 아인
캔버스를 앞에 두고 태연히 앉아 기타를 퉁기며
"나도 처음 남자 누드 모델을 보고 좀 당황했는데
좀 지나니까 아무렇지도 않더라구" 하면서 말이다.
내 생각에는
캔버스를 뒤집어 놓거나. 아니면 살짝 가려 두기라도 하던가
그도 아니면 약간 방구석쪽에 놓아두었을 법한데 말이다.
언젠가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딸 아이 학교 주변을 일컬어
아무리 이상한 차림새나 이상한 행동을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 곳이라며
'우리 나라에서는 살기 힘든 물고기를 키우는 양식장'이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딸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생각과 행동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좋은 변화였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