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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오래간만에... 코로나로 인해 오래간만에 모인 우리 오남매 내외 10명 큰누이의 생일을 기한 만남.... 모두 2년 정도의 터울이라 큰누이와 막내 동생과의 차이가 10살이다. 나이 상관없이 우린 누이들에게 마구 까불기도 한다. 넉넉하게 마음이 넓은 매형들과 매제 덕분이기도 하다. ​ '어쩌면 형제 남매간에 이렇게 우애가 좋으세요~~' 종업원의 말이 그냥 의례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우애는 우리 오남매의 짝이 된 사위들과 며느리들의 덕일 것이다. ​ 큰누이가 70이 되었다. 나 어린 시절 70이라면 꼬부랑 할머니라 여겼었다. 나 처음에 발령 받았을 땐 40대 선배가 아주 노숙하게 보였고 50이 넘으신 분들을 뵈면 현직에 계신다는 자체만으로도 놀라웠었다. ​ 고로 젊은이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관대해져야 .. 더보기
버리고 비우기 버릴까 말까 하던 소파를 버렸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터라 치우고 나니 넓은 공간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우리가 포루투칼 여행가서 찍은 호카곶 사진을 보고 제수씨가 그려 준 그림 베란다에 있던 나무 의자를 옮겨다 놓았는데 다시 소파가 생각나는 날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일단은.....이렇게.... 창가 베란다 쪽으론 스타벅스 의자를..... 더보기
여름 사냥 종종 한여름에 맨손 사냥으로 쾌감을 느낄 때가 있다. 내 손에 의해 몸이 으스러지고 온 몸의 내장이 다 튀어나와 문드러진 사체는 내게 쾌감을 준다. '아~ 이러면 난 완전 사이코패쓰가 아닌가?' 아마 이런 기분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냥의 성공으로 쾌감을 가져다 줄 때보다는 실패해서 낭패를 볼 때가 더 많다. 이 때 내가 놓친 사냥감을 옆에서 잡을 때가 있다. 이럴땐 어김없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숨기지도 않고 나를 쳐다본다. 이때의 표정에는 핀잔이나 빈정거림이 듬뿍 담겨 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아니 그것도 못 잡아~, 이것봐 난 맨 손으로 가볍게 잡았잖아~~!!ㅋㅋㅋ' 이런 말을 읽어낼 수가 있다. 그러면서 자랑스럽게 뭉개진 사체를 내 눈 앞에 들이미는데 일말의 주저함이나 애도.. 더보기
커피물을 3번 끓였다. 매일 아침 식후에 내가 하나는 커피 타는 일. 커피 한잔 마시자며 물을 붓고 커피 포트의 전원을 켰다. 그러다가 오늘 기온이 높아 더울 것 같으니 일찍 화단에 나갔다가 들어와서 마시자고 해서 화단에 나갔다. 자두를 몇 개 따고 시든 잎들을 따주고 죽은 가지를 자르고는 곧 기온이 올라가는 기미가 보여 들어왔다. 다시 커피 포트의 전원을 눌러 다시 물을 끓였다. "날이 더우니 냄새가 나네~~음식물 쓰레기 좀 버려줄래요?" 음식물수거함도 변함없는 친절하고 상냥한 말씨로 "배출하신 양은 350g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와서 다시 커피 포트의 전원을 눌러 식은 물을 끓였다. 그런데 세탁기가 빨래를 다 끝냈다는 신호음을 보냈다. "빨래가 다 되었네~" (이 말은 '세탁기의 빨래를 건조기.. 더보기
별나게 사는 사람들 싸고 친절한 이발소가 있다하여 걸어서 15분 가량 되는 지인이 소개한 이발소로 머리를 자르러 갔다. 조금 집에서 멀지만 일부러 걷기도 하는지라 기꺼이 걸어간 것이다. 이발을 끝내고 나오니 예보대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한 여자가 다가와서 집으로 가는 길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뭐라고 하는데 내가 들으려는 성의가 없기도 했지만 약간의 사투리가 섞인데다가 랩을 구사하듯 빨리하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우산까지 쓰고 있어 귀를 기울이더라도 빗소리까지 더해져서 해독이 불가하였다. 그래도 이따금 해독 가능한 물음에는 시큰둥하게 대답을 하였다. 집안의 기둥이시고 힘이 많이 드시지요? 저 기둥 아닌데요?... 그래도 인덕이 많으셔서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신 것 같네요. 그 사람들이 제대로.. 더보기
돌아오니 새로운 세상~ 여행에서 돌아오니 매일 보던 일상의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우선 천변의 나무들과 풀들이 엄청 자라서 건너편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우거지고 런던과 달리 깨끗하고 말끔한 보도블럭과 아스팔트 위의 선명한 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밤나무에선 짙은 밤꽃 향기가 진동을 하고 익숙하게 걷던 천변의 야자매트 길을 걸으며 둘러보니 내가 없는 사이에 이팝나무 꽃은 벌써 피었다가 져서 푸른 잎들만 달고 있고 지금은 붉은 양귀비 꽃과 노란 금계국이 천변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 달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의 변화가 크니 내가 또 다른 여행지에 온 기분이 들었다. 만나는 친구들과 사람들도 더 오래간만에 본 듯하고 장을 보러 간 슈퍼에서도 보는 품목들 하나하나가 정겹게 눈에 들어온다. 관리실에선 우리집으로 온 우편물과 신문들을 모아두.. 더보기
떠나도 현실을 벗어나긴 힘들어 좋건 나쁘건 요즘 세상에는 멀리 여행을 떠나도 현실을 벗어나긴 힘들다. 떠나온 곳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끈이 이어져 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동안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해방되기도 하는 것이 여행이 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종종 이런 의미는 발달된 통신 수단이나 SNS 등으로 인해 여지없이 무너지고 깨지기도 한다. 이번 여행 중에 아파트 관리 사무실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서 전화가 오다니 무슨 일일까?' 알고보니 1층인 우리집에서 난방 관련하여 누수가 생겼는지 지하 주차장에 물이 흐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난방을 일단 잠궈두었다는 것이다. 찜찜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린 멀리 떠나 한창 여행 중에 있으니 그건 돌아가서 생각하기로 했지만 약간의 껄떡지근함은 남아 있게 마.. 더보기
실수도 전염이 되는가 며칠 전 함께 여행을 갈 예정인 딸한테 전화가 왔다. - 여행 짐 다 쌌어. 언제가면 되지? - 아직 5일이나 남았는데? - 그래에? 아~!! 내가 날짜를 착각했네~ㅎㅎ 그러더니 옆에선 "앗!!! 나도 날짜를 착각해서 기차표 예매를 다른 날로 해버렸어~이를 어째?"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 세면대 물막는 것 헌 칫솔로 닦는다고 변기 위에서 닦다가 그만 떨어트려서 변기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에그머니나~!! 하는 순간 매끄러운 변기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꽤 큰데다가 비누처럼 녹는 것도 아니어서 이거 변기 막히면 어쩌지? 터덜터덜......맥빠진 채..... 어디서 사야 하는지 물어물어 사 가지고 와서 세면대는 해결을 했지만 여전히 막힐까봐 조마조마 찜찜하다. 여행 앞두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