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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기념이라는 것에 대해서... 혼자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며느리 이름을 대면서 '여기 사시지요?'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우리 결혼 기념일이라고 꽃다발을 보낸 것이었다. 꽃다발 배달 왔다고 하면 될 것을 누가 사느냐고 물어서 잠시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꽃배달이 없었다면 결혼 기념일도 우린 모르고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얼마전 딸에게 '외장하드 하나 사서 보내줘~' 했더니 '어 그럼 그걸 겸사겸사 연말 선물로 하면 되겠네.' 해서 그러마고 해서 보내주었다. 동시에 꽃다발과 외장하드가 같은 날 온 것이다. 난 무슨 기념일, 회갑연, 기념식, 졸업식, ....등등의 억지스런 의식 행위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난 내 생일조차 아무도 모르고 지나간다고 해도 전혀 섭섭하지가 않다. 다른 사람의 축하연에선 기꺼.. 더보기
우연보다는 운명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모녀간에 전화를 한다. - 무슨 전화를 그렇게 오래해? - 수원에 사는 친구 만나고 가는 길에 집에 도착할 때까지....하는거야. 응~ 이제 집에 도착했대.... 그렇게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엄마와 이어폰으로 수다를 떨곤 한다. 아하~ 그 친구..... 중학교 때 알게 된 친구인데 헤어지고는 만나지 못하다가 거의 운명처럼 만난 친구로 나도 들어 알고 있는 친구다. 아 글쎄~~ 너무 놀랐어. 영국 런던 여행을 하는데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에 갔거든. 아~ 나도 거긴 가 봐서 알지. 근데 다른 곳에 비해 그다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도 아니고 더더구나 지하의 석상들이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그곳에서 그 친구를 만난거야. 와우~~!!! 오래전 연락이 끊긴 친구를 .. 더보기
지난 가을 안녕하세요~~ 잔잔한 계곡 물 속엔 엄청난 어린 물고기들이..... 물이 마르기 쉬울텐데 겨울은 어찌 나려는지..... 식물의 잎을 다룬 책을 보면서 서로 다른 잎들의 차이를 살펴보고 아까시 나무는 요즘에 보기 힘들다. 양지바른 곳엔 개나리가 피어있더란.... 더보기
안개 아침 창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 속의 나무가 궁금하여 산길을 걸었다. 시간이 지나 해가 올랐으나 날이 흐려서 인지 안개가 쉽게 걷히지 않는다. '안개' 하면 소설 '무진기행' 속의 안개 이미지와 정훈희의 '안개' 장미리의 '말 전해다오' 현미의 '밤안개' 등 노래 생각도.... 왜 안개 속을 걸으려 하는가? 아슴아슴 하게 보이는 것이 왜 끌리는가? 아마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보다는 상상 속에서 얼마든지 그릴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일 것이다. 나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거리 그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아~~~~~~ 그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 돌아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바람이여 안개를 걷.. 더보기
잎을 떨궈낸다는 건 가을이 되면 나뭇잎들의 속이 다 보인다. 햇살에 비치면 사람의 갈비뼈 같은 잎맥을 드러낸다. 감출 것도, 가릴 것도 없다는 듯이, 그러다가 마침내 미련없이 우수수 바람을 타고 낙하한다. 우아하고 맵시있게...... 나무가 잎을 떨궈낸다는 것은, 어쩌면 한없이 자라는 욕망을 버리려는 숭고한 행위가 아닐런지...... 도토리 한 알을 위해 청설모는 나무를 기어 오르고 먹이를 찾아 새들은 바삐 날갯짓을 한다. 오로지 생존을 위한 행위이다. 그런데 나는 생존만으로는 만족을 못하고 끝없는 욕심을, 욕망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하여.... 반야심경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 잡으려 하지만 잘 될런지는 의문이다. 일단 차 한 잔으로 속부터 다스려보자. '마하반야 바라밀다 심경 관자제 보살 행심반야 바라밀다 심경...... 더보기
블러드 문 동생이 오늘 개기월식이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나도 나가 보았더니 붉은 달이 떠 있었다.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 중에서 평소보다 어둡고 붉게 보이는 것을 '블러드 문'이라고 한다는데 고대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용이 달을 삼키려고 한다고 생각했고 엄청난 재앙을 예고하는 징조로 여기기도 했다는데 이제 재앙은 그만....!!!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당한 날 하늘에는 붉은 달이 떴다고 한다. 더보기
가을이라서 가을이라 그런가..... 이구석 저구석 뒤지고 정리해서 버릴 것은 버리는 게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그동안 쓰지 않고 창고에 있던 그릇들.....라벨도 그대로 붙어 있는 것도 있다. 오래된 놋그릇의 크기를 보니 새삼 어마어마하다. 저 큰 그릇에 고봉으로 밥을 담아 먹었었다. 저 그릇들.... 당근 마켓에 내다 팔까? 뭐라고? 안돼~~!!! 청설모도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나무를 오르내리는 철이고,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잠자리들은 나란히 앉아 볕을 쬐고있다. 가을 숲 속은 아이들게 있어서는 아주 좋은 놀이터 같은 산이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같은 나무에 어떤 잎들만 단풍이 들어 마치 악세사리를 달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더보기
버려진 시간 속에서 불면의 시간..... 이 책 저 책을 뒤적거리며 들여다보지만 머리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TV를 켜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러다 손흥민의 골 모음을 보여주는 채널에서 멈췄다. 손흥민이 골을 넣고 세레머니 하는 장면을 연이어 보여준다. 이름하여 손흥민 골 BEST 언제보아도 신나는 일이지만 오늘은 시큰둥 하다. TV를 끄고 컴퓨터를 켠다. 인터넷 바둑을 접속하니 이 밤에도 수많은 사람이 자지않고 대기하고 있다. 한 두판을 두고 피곤한 눈을 쉬려 눈을 감아보지만 이미 잠은 달아나고 시간은 버려져 갈 곳을 모르고 있다. 다시 TV를 켜고 영화를 본다..... 화양연화..... 느릿느릿 슬로우 모션으로 장만옥과 왕조위가 걷는 뒷모습이 나타났다. 흐느끼는 듯한 현의 떨림에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구어야 할 듯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