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악한 사람이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아서 좋고
보고 난 뒤, 잔잔하게 뭔가가 밀려드는 듯한 느낌의 영화다.
처음엔 무슨 자연 다큐멘타리 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광활한 녹색이 펼쳐진 그림같은 자연이 돋보인다.
일핏보면 부녀간에 즐거운 캠핑을 온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아빠와 딸이 둘이서 광활한 공원 삼림 지역 에서 생활한다.
이따금 그리 멀지않은 도시의 참전 용사 지원 센터에서 지원을 받으러 나올 뿐이다.
이때 광활한 산림과 도시의 대비가 멋지게 보여진다.
딸과 함께 노란 색을 좋아했던 엄마는 딸의 기억 속엔 없다.
왜 이들이 인근의 사회적 삶을 마다하고 이런 자발적인 고립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이유는 드러나지 않는다.
아빠가 참전 용사 였을 때의 어떤 트라우마가 그를 사회와 고립된 삶을 살게 한게 아닐까 하고 짐작될 뿐이다.
감독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려는 것 같다.
단순한 부녀지간이 아닌 의혹의 눈초리로 보는 사람들도 당연히 등장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고 대체적인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따스하다.
이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연습까지 해 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지만
사소한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발각된다. 행정복지 직원들이 두 사람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돕는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회적 생활을 돕기 위한 주변 사람들의 잔잔한 온정도 인상적이다.
그런 노력 속에 딸은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일반적 삶을 살려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떠나는 길목에서 딸은 돌아서게 되는 데 별다른 대화 없는 이 장면이 압권이다.
아빠는 딸을 이해하지만 눈물을 보인다. 선한 아빠의 눈에서 소리없이 떨어지는 눈물 방울, 애처롭고 안타깝다.
그럼에도 아빠는 딸을 떠나 보낸다. 아빠는 잘 닦여진 길을 거부하고 길도 없는 산을 헤치고 다시 들어가는 장면을
그림처럼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자식들의 삶을 마음대로 재단하려고 하거나 은연 중에 틀에 박힌 삶을 강요하는 부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특별한 사건이나 스펙타클한 장면이 없이도 몰입감이 뛰어난 작품이다.
<흔적 없는 삶 - 벤 포스터, 토마신 메켄지 주연> 2018 미국 비평가 협회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