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독일에서 출생
부모는 부유한 유대계 집안 출신으로 아버지는 파울 아렌트, 엄마는 마르타 콘.
어릴적 한나는 온갖 병치레를 다하며 학교에도 가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언제나 반에서 최우수 학생이었다.
병치레 뿐 아니라 온갖 것에 불안해 했는데, 어쩌면 어릴적 부모의 불안을 이어받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한나의 아버지는 성병을 앓았는데 그로 인해 아이를 갖는 걸 상당기간 미루었다. 증세가 완화되어 아이인 한나를 갖게 되지만 한나의 아버지는 성병의 재발로 사망한다.
아버지가 성병의 재발로 돌아가시고 한나의 엄마는 재혼을 했다.
재혼을 해서 생긴 의붓 언니들은 한나보다 나이가 많았음에도 한나와는 성격이 달랐다.
한나는 어린 시절의 불안과 병약함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성격이어서, 언니들과도 마찰을 빚곤 했다.
- 한나의 어머니 마르타는 전쟁의 궁핍을 거의 겪지 않았고, 아직도 집안의 많은 재산에 의지해 살 수 있었다. 그녀에게 전쟁보다 더 큰 걱정은 딸(한나 아렌트)의 성장이었다. 마르타의 육아 일기에 따르면 한나는 대단히 신경질적인 인상을 주며, '온갖 것에 불안'해하고 임박한 학교 공부에 무릎을 덜덜 떨었다.
- 어릴적 한나는 병치레가 끝이 없었다. 독감에 걸렸다가, 다음에는 홍역을 치르고, 그 다음에는 기침을 하고, 편도선염과 디프테리아에 결렸다. 더군다나 한나는 '고통스러운 치아 교정'을 받고 있었다.
- 한나는 13세 소녀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정신적인 조숙함을 보여 주었다. 훗날 그녀는 이러한 지식욕을 오히려 궁핍의 표현으로 이해한다. 19세 때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서 한나는 왜 자신이 지닌 재능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 비현실적인 감각을 떠나지 못했는지를 설명하고자 시도한다. 그녀의 지식은 '고립되고 갇힌'채로 있었고 그녀의 삶은 '자신 속에 침잠'해 있었으며, 그녀 자신은 내용없는 '동경'에 매달렸기 때문에, 현재라는 것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 한나는 자기 고집이 있었고, 차분하고 조용한 질서를 중시하는 새 아빠,마르틴 베어발트는 활달하고 종종 반항적인 의붓딸을 제어할 수 없었다.
- 한나는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편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는 기분 내키는대로 거침없이 굴었다.
- 15세의 한나가 친구들에게 수업을 보이콧하자고 부추기는 일로 인해 한나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
- 한나는 '단순한 생존'에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했다. 그렇지만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가? 그 대답은 분명했다. 바로 "이해해야 한다"는 충동을 계속 좇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녀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와 같았다. 그녀는 이 충동을 철학에서 가장 빨리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 한나가 하이데거에 대해 들은 이야기는 그녀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한나는 그에게 배우러 가기 위한 결심을 굳힌다.
- 강단에 선 교수들이 신처럼 군림했던 환경에서 한나는 대단히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최신 유행에 따라 사내애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고, 우아하게 옷을 차려 입고 다녔다. 종종 초록색 옷을 입고 나녔기 때문에 '초록색 여학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녀의 성격도 주목을 끌었다. 친구인 한스 요나스는 훗날 그녀의 '집중력'과 '목표 지향성','본질적인 것에 대한 추구'를 기억한다. 이 모든 것이 그녀를 '어딘가 마법적으로'보이게 했다. 극도로 수줍은 한스 요나스는 한나의 자신감에 감탄했지만, 그의 눈은 그 뒤에 숨어 있는 자신에 대한 회의와 불안을 간파했다.
한나는 대학 근처의 다락방에서 살았다. 그녀는 대개 혼자 있었다. 함께 기거하는 것이라고는 자취방에 더부살이를 하는 생쥐 한마리였다. 한나를 찾아간 손님들은 그녀가 작은 생쥐를 구멍에서 꾀어내 먹이를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하이데거는 기혼자였고 두 아들의 아버지였다. 처음부터 그는 한나에게 자신의 결혼과 경력을 위태롭게 하고 싶지 않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한나는 이 게임 규칙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을 피하려고 온갖 궁리를 짜내는 게임이 시작되었다. 두 연인은 비밀 연애가 들키면 어쩌나 늘 불안했다.
- 야스퍼스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지내기가 쉽지 않았다. 동료들은 늦게 철학자가 된 그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학부에서 그의 강의를 들으러 몰려왔다. 베노 폰 비제의 회상에 따르면 야스퍼스는 준비된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강의 중에 그의 사상이 생겨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야스퍼스는 정식화된 지식을 전달하려 하지 않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이끌고자 했다. 그래서 그가 칸트나 헤겔 또는 니체를 다루는 일이 아니라 뮌헨의 무정부주의 철학자 카를 발렌틴을 다루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
- 하이데커는 한나와의 관계를 끝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그녀의 편지들은 그것을 추론하게 한다. 한나는 "이제 당신이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습니다."라고 쓴다. 한나는 깊은 절망으로 빠져들어갔다. 한 극적인 편지에 그녀의 이런 감성이 잘 나타나 있다. "당신에 대한 사랑을 잃는다면 나는 살 권리를 잃을 것입니다." 이런 구절도 보인다. "당신이 내게 보여주는 길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길고 힘이 듭니다. 그것은 평생을 요구하는 길입니다."
- 사람들이 '황금의 1920년대'라고 부르듯 상대적인 안정과 경제적 확실성이 유지되던 몇 년이 지나갔다. 경제공황이 문턱에 와 있었고 독일은 큰 빈곤과 대량 실업의 상태로 내던져지게 되었다. 도처에서 비참한 모습이 그려진 현수막이 나타났다. 그 아래에는 "우리의 마지막 희망, 히틀러"라는 글 귀가 쓰여 있었다.
- 한나의 남편이 된 사람은 퀴터 슈테른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마르스부르크 대학에서 함께 공부할 때부터 알고 지냈다.
- 한나가 라헬 파른하겐에 대한 책을 집필했는데 그녀가 라헬에게 매혹당한 것은 라헬이 덕이 있고 잘못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라헬은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싶은 야심에서 종종 그릇된 길을 택했고 궁지에 빠졌다. 한나가 자신과 정신적으로 유사한 라헬에게 그렇게 감명을 받았던 것은 그녀가 "특별할 정도로 가차 없이 그리고 전혀 거짓없이 모든 것을 자기 자신에게 시험"해 보았다는 점이었다. 라헬은 "우산없이 소나기를 맞듯이"인생을 맞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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