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위에 잠자리 한 마리 내려 앉았다.
아마도 내가 나무인줄 착각했나보다.
손가락을 대었더니 손가락으로 옮겨 앉았다.
한 때는 내가 푸른나무라는 닉을 사용한 적도 있긴 했었지. ㅋ
우리가 소통이 안되는 것이 당연하지
너의 언어를 내가 모르니
힘든가보군.
이렇게 생각할 뿐.
도와줄 수가 없다.
가을엔.......너를 이해하기에는
나도 마음의 여유가 없다.
가을이 아니어도
잠자리의 언어를 이해를 한다해도
난 그리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지.
어릴 적 너의 조상들을
잡아 실로 꼬리를 묶고 놀기도 했었고,
너의 사촌인 어마어마하게 큰 춘치라 불렸던 전설 속의 왕 잠자리를
나의 고사리 손으로 잡았던,가슴 뛰는 순간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반백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말이다.
가끔 이때 쯤이면 너뿐 아니라
도마뱀도, 그리고 사마귀도 애처롭게 말을 걸곤하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자기 만의 언어로 말하는 계절.
오늘은 잠자리가 말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