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수학 시간
하루가 24시간임을 배우고나서, 토요일 하루 생활계획표를 짜보는 수업 시간이었다.
“자~ 책에 있는 표에 이번 토요일 생활 계획표를 한번 만들어 보세요.”
“선생님 근데 그거 개인 사생활인데 왜 알려고 하세요?”
“으응?”
초등학교 2학년이 개인 사생활 운운하는 걸 보면
세상이 참 많이도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있는 날.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맘때면 학교 친목회 또는 같은 학년에서 수능을 치르는 자녀가 있는 선생님들께
엿이나 쵸코렛등 수능시험 잘 보라는 의미로 작은 선물들을 드리고 덕담 한마디씩 건네는 일이 있었다.
친목회장이나 교장선생님이나 학년부장의 당연한 의무적인 일로도 여겨졌었다.
하지만 언제부턴지 그런 일들이 슬그머니 없어졌다. 사생활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면서도 저 선생님의 자녀가 몇 학년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심지어는 자녀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잘 알지 못한다. 같은 학년 옆 반인 경우에도 말이다.
이야기 하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경우 말고는 일부러 물어보기도 실례가 되는 분위기이다.
나도 우리 아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때.
교무부장 선생님께서 수험생 자녀가 있는 선생님들을 조사해서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쵸코렛 선물을 돌린 일이 있었다.
교무부장 선생님이 같은 학년이면서 바로 옆 반이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수험생 부모인줄 모르고 쵸코렛을 못 주셨는데
나중에 알고는 미안해 하셨던 기억도 난다.
개인 사생활 보호와 情 사이의 묘한 경계선.
그 경계선이 점점 사생활 보호쪽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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