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들은 중학교를 시험보아 들어갔지만
내가 중학교 입학 당시엔 추첨을 해서 중학교를 배정받아 들어갔다.
중학교 배정 방법은 학교에서 배정 번호를 나누어 주면 집에 와서 저녁무렵 라디오를 통해서
내가 받은 번호가 어느 학교인지 라디오에서 '몇 번은 어느 학교, 몇 번은 어느 학교 '이렇게 배정 학교를
발표하였는데, 그때 내가 받은 번호가 신일중학교로 발표되자 마음 졸이면서 라디오에 귀 기울이고 있던
나와 누나들은 얼싸안고 소리치면서 좋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입학한 신일중학교는 정말 학교가 별천지였다.
재래식 화장실만 보아 왔던 내가 줄을 잡아 당기면 쏴하고 물이 내려오는. 말로만 듣던 수세식이었고,
교실에는 라디에이터로 난방을 하고 있었으며 교실 출입문은 자동으로 닫히는 장치가 부착되어 문을 열고 손을 놓으면 저절로 스르르 닫히는가 하면 교실 커튼은 브라인드로 되어 있었다.
최신식 체육관에는 깔끔하게 매트가 깔린 유도장이 있는가하면 가끔 체육시간에 으리으리하고 반질반질 윤이나는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기도 했다. 계단형 교실은 100여명정도가 들어갈 정도의 강의실이있었는데 당시 무하마드 알리와 조프레이져의 세계헤비급 타이틀 경기를 생중계로체육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보기도 했었다. 다른 학교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어서 학교 생활의 모든 것들이 대단한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게다가 영어회화를 할 수 있는 어학실에는 학생 개별로 이어폰이 있어서 선생님이 일대일로 묻고 답할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추어진 말 그대로 최첨단 시설이었다.
시설뿐 아니라 선생님들 구성도 빵빵(?)해서
후에 대학 강단으로, 영화 평론가로 이름을 날려 가끔 TV에서 중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보기도 했었다.
중학교 첫 날 입학해서 교가를 배웠는데 집에 와서까지 몇날 며칠 교가를 계속 불러제끼는 통에 당시 초등학교 1-2학년이었던 막내 동생은 지금도 자기 학교 교가도 아닌 우리 학교 교가를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동트는 하늘 찬란한 빛이 백운대 위에 퍼져갈 때~~~' 정말 교가 까지도 자랑스러워서 당일로 깡그리 다 외웠던 것이다.
가장 풍성했던 학창 시절이었다.
당시 학교의 가장 큰 골치거리는 화장실 두루마리 화장지를 아이들이 가져가는 것과 자동문에 매달려 타고 놀거나 블라인드를 올렸다가 내래면서 장난치는 것이었다. 조종례 시간이면 선생님들은 제발 화장실 두루마리 화장지 가져가지 말고 장난을 해서 문과 블라인드 망가트리지 말라고 하소연을 하곤 하셨다. 대부분 어렵게 살았던 당시에는 집에서 신문지를 잘라 화장실 볼일을 처리했던 시절이었으니 두루마리 화장지를 사용하는 일은 엄청난 신분의 차이를 의미했었다. 졸업 앨범 사진을 뒤적이며 오래전 일들을 떠올려 본다.
<중학교 앨범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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