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자기는 이사를 가게 되면 이사간 집 벽에
커다른 글씨로 이사 온 새 집이 좋은 이유를 10개 정도 적어서
잘 보이는 벽에 붙여 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유인즉,
새로 이사를 하면
익숙하고 낯익은 것들로부터 결별을 해야 하는데,
새롭고 낯선 곳에서 생활하다보면 하나 하나 낯설어서
그로인한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면
먼저 살던 곳이 좋게 느껴질 때가 있게 되고,
그러다보면 내가 이사를 잘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도 되고
그런 생각이 한번 들면 걷잡을 수 없이 이사 온 곳이 싫어지게도 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이사온 지 3년이나 지났지만
벽에 적어놓기는 좀 뭐하고 생각이나 한 번 해 보았다.
첫째.
공기가 맑아서 좋다.
내가 사는 아파트로 들어오면 일단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시원한 바람이 분다.
큰 길이 가깝기는 하지만 살짝 안으로 들어온 곳이고 방향이 도로쪽으로 면해 있지 않아서 공기가 쾌적하다.
먼저 살던 큰 길가에 있던 집은 걸레질을 하고 보면 걸레가 새까매지는데 마치 먹물 떨어진 자리를 걸레질한 듯 하다.
온갖 자동차로 부터 나온 더러운 것들이 문을 닫아놓아도 어느 틈으로 들어오는지 숨쉬기 조차 싫게 느껴질 때가 있다.
둘째.
지하철이 3분거리에 있다.
서울 시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는 지하철이 가까이 있어서 맘만 먹으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다.
뉴욕에 살던 미국인이 서울에 와서 지내면서 서울이 뉴욕보다 좋은 이유 중 한가지가 지하철이라고 한다.
깨끗하고 냉난방 완벽하고 중간에 서는 일없이 제 시간에 정확하게 운행되는 서울의 지하철.
그 지하철이 날 원하는 곳에 안전하게 데려다준다.
셋째.
언제든지 등산화만 갈아신으면 등산을 할 수 있다. 바로 아파트 입구가 등산로 입구이기 때문이다.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서울에 있는 이름있고 아름다운 산이 눈 앞에 다 들어오는 곳이다.
내가 원하는 코스를 선택해서 갈 수 있어서 좋다.
넷째.
일층에 꽤 넓은 정원을 주어서 아파트에 살면서 단독에 사는 느낌이 든다.
내가 이사 온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다. 꽃과 나무를 키우는 멋과 맛은 경험 해 보지 않고는 알 수 가 없다.
다섯째.
자전거 도로가 가깝다.
자전거 도로가 자전거 타고 3분만 가면 있어서 한강까지도 쉽게 갈 수 가 있다.
정장을 차려입고 가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능한 한 자전거를 이용한다.
조금 먼 곳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버스나 지하철 역 근처 자전거 보관대에 묶어놓고 가기도 한다.
여섯째.
출퇴근 거리가 가깝다.
직장이 걸어서 12분 자전거로 7분 차로 5분이면 갈 수 있다.
일곱번째
고속도로 인터체인지가 차로 3분거리에 있다.
막히는 일 없이 바로 고속도로 진입이 가능하다.
여덟번째.
코앞에 있는 길하나 건너면
책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마을문고가 있다.
이렇게 적어놓고 나니 다시는 이사가기 힘들 것 같다.
내가 사는 곳이 천국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