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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장정일

 

-장정일이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재판을 받을 때

그는 법률적인 절차에 의하여 진행되는 과정이나 재판 방식에 대해서도 매우 예의바르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예술로서의 소설이 있는 위치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장악하고 있되,

법률의 내부 논리에서 법과 예술 사이의 간극을 메워 나가야 하는 변호사의 위치와 역할 또한 개입하지 않고 잘 따라주었다.

증거 조사를 위하여 문학평론가들을 찾아야 했을 때, 다른 사건의 선례와 비교 검토가 필요했을 때에도 그 사람들에게 어떠한 불편함이나 피해가 없도록 세삼하게 배려하고 보호하려는 마음씀을 보여주었다.

 

 어느 날 항소심 재판을 마치고 법정 밖으로 막 나왔을 때,

대학생들로 보이는 청년들이 모여들었고,그에게 사인을 부탁하였다.

그는 쳐다 보지도 않고 거절하였다. 이 짧은 장면의 체험이 내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사회 전체가 주목하는 사건의 당사자인 작가로서 좀 어깨에 힘을 주거나,

자신이 당하고 있는 부당함에 대하여 큰 목소리로 항변하는 것이 보통의 사례들일 터인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사인을 거절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작품으로 말하는 작가이고, 세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그의 기본 태도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강금실저<서른의 당신에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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