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 길에 반대편에서 오는 아는 사람을 만났다.
우산을 서로 쓰고 있어서 머리 윗부분은 서로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웃으니까 따라 웃는 것으로 보아 내가 아는 사람이 분명했다.
10m정도 가까이 오자 나는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고 그도
웃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와 동시에 내 입에서는 "어디 가세요?"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워낙 아는 체를 해서 그런지 웃으면서 "공원 산책하러 가요."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서로 지나쳤다.
지나치면서 나는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왔다.
그런데
내가 이런 일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언젠가 퇴근길에 집앞 슈퍼 간이 파라솔 밑에서 캔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람이
내 초등학교 동창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그가 날보고 웃으면서 손을 내밀어서 나는 추호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
"반갑다. 야!" 그래서 내가."**초등학교 나오셨어요?" 하고 말하자 맞다고 말했다.
내가 "나 6학년 때 *반이었는데.."라고 말하자 그도 "나도 그래"
그런데 다시 곰곰히 보니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것이었다.
그는 무조건 내가 하는 말에 그렇다고만 대답을 했지 그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질 않는 것이었다.
그와 나는 캔맥주를 하나씩 마시고 그가 노래방을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거기서라도 뿌리 쳐야 했는데 마음이 약한 나는
오랫만에 만나는 동창이 노래방에 가자고 하는데 안갈 수도 없고 엉거주춤 따라갔다.
노래 한곡을 부르고 화장실에 간다고 하면서 나는 그냥 나와 버렸다.
내가 집으로 오자 슈퍼 아저씨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그 사람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에게나 아는 체 하고는 술같이 먹고 술값 내게 하는
약간 맛이 간 상습적인 알콜 중독자라는 것이다.
또 한번은
전철에서 어떤 사람이 내 가방을 받아 주겠다고 손짓을 하도 하길래 턱하나 가방을
그 사람에게 내밀었더니 멀뚱멀뚱 날 쳐다보는게 아닌가
알고 봤더니 앞사람과 열심히 수화로 이야기를 하느라고 하는 손짓을
내 가방을 받아 주겠다는 손짓으로 알았던 것이었다. 얼마나 민망했던지...
그렇지만 그 착한 사람은 이내 나의 의도를 알고는 순순히 가방을
받아주었다. 생각 할수록 웃음이 난다.
난 왜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임기응변과 순발력이 없을까?
내가 문제가 많은 사람인가 보다.